[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의 신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지 말 것을 간청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이란 페르시아어 방송인 이란 인터내셔널이 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최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한 회동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직접적인 공격은 중동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신임 대통령 공식 승인 행사에 참석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당시 대선 당선인(우)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그는 이란의 보복 공격 후 이스라엘이 이란에 다시 보복할 수 있다면서, 이란의 국가 인프라와 에너지 자원을 상대로 이스라엘군이 가혹한 보복 공격을 단행할시 이란 경제가 마비되고 궁극적으로 이란 정권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우려와 경고에 동의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등 회동 내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에게 '간청했다'(implore)는 표현이 쓰인 배경에는 신정체제란 이란의 독특한 정치 체계에 있다. 이란의 최고 결정권자는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현재 이스라엘에 강력한 군사적 보복을 요구하는 이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이란혁명수비대(IRGC) 내 파벌이라면서, 모든 고위 관리가 이같은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듯 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방침은 지난달 31일 발생한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 때문인데, 이란은 이스라엘이 사전에 귀빈 숙소에 폭발물을 설치해 원격 폭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니예 암살 사건이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 다음 날 발생했고, 귀빈 숙소 보안을 담당하는 IRGC가 이를 방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보안 허점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페제시키안은 올해 이란 대선의 유일한 개혁파이자 거의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이어서 당선 가능성이 작게 점쳐졌는데 당선이란 '이변'을 연출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과 핵 협상 재개를 주장하는 등 개혁파로, 2009년 이란 대선 때 벌어진 부정선거 항의 시위 때 정부가 강경하게 진압하자 비판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페제시키안 측근은 이 방송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밀착하는 IRGC 내 강경 파벌이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의 평판을 해치려는 의도로 폭발물이 설치된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일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는 것을 받아들일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 첫날에 말이다. 며칠 안에 이스라엘과 전쟁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IRGC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이란과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지난 5~6일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과 달리 이란은 아직 공격을 개시하지 않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칼럼니스트는 이날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 이란이 주요한 이스라엘 보복 공격 계획을 재고할 수 있다고 알렸다.
미국이 지난 일주일 동안 비공식 루트를 통해 외교적으로 이란에 보복 자제를 압박해 왔다며, 이란이 보복시 중동 전쟁 확대 위험이 극심히 높고, 이는 페제시키안 신임 정부 운영 안정성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게 주요 메시지였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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