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증선위 제재 6년만 결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해 고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14일 로직스와 김태한 고문(전 대표)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금융위원회(금융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증선위와 금융위가 원고들에 대해 한 각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로직스가 일부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감사인 지정과 대표이사 및 임원 해임,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등 각 처분이 사실상 일체의 처분으로 이뤄져 전부를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로직스와 김 전 대표에 대한 과징금 처분 역시 "처분사유가 일부 부존재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해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낸 과정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증선위도 2018년 7월 로직스가 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부여하고도 공시하지 않아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해 11월에는 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지분 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회계 처리해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증선위는 공시 누락에 대한 1차 제재로 재무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을 권고하고 3년간 지정 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했다. 또 회계 처리 변경에 대한 2차 제재로 김태한 당시 대표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과징금 80억원 부과 처분을 했다.
로직스 측은 정당한 회계 처리였다며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본안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대법원은 2019~2020년 1·2차 제재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2018년 11월 소 제기 이후 집행정지와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항고 및 재항고로 수년간 절차가 계속되다가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 전 대표의 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변론이 종결됐다.
이 회장의 1심 재판부는 "당시 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법원은 2020년 임원 해임 권고 등 1차 제재 행정소송에서 "1차 처분은 2차 처분에 흡수·변경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증선위는 1차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고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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