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탈퇴 강요 혐의…지난 6월 보석 기각 후 재청구
변호인 "증거인멸 가능성 소멸" vs 검찰 "진술회유 우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구금생활로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기회를 달라"며 재차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에 대한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허 회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과 관련된 공소사실은 황재복 SPC 대표에게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인데 유일한 증인인 황 대표에 대한 신문이 마쳐진 상황에서 진술 회유 가능성이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소멸했다고 봐야 한다"며 "실제로 증인신문 과정에서 진술 회유 정황이 전혀 발견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필요적 보석의 예외 사유인 형사소송법 제95조 3호의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 관여한 황 대표가 최근 보석 석방된 점을 내세워 "직접 관여하지 않은 피고인은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욱 해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황 대표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불법 지시가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 회장도 진술 기회를 얻어 "구금생활 중에 75번째 생일을 보냈다. 고령인지라 날이 갈수록 건강이 악화되는 것이 걱정"이라며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3월 심장부정맥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불면증과 불안 증상으로 공황장애 약, 수면제 등 갈수록 먹는 약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허리 통증이 심해져 복대를 하지 않으면 걷거나 앉아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석을 허가해 주신다면 악화된 건강을 먼저 추스르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여생을 사회와 기업의 발전을 위해 쓰겠다"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공동피고인들에게 지시한 상황과 그룹 내 지위·역할을 고려하면 공동피고인들의 진술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요인이 있다"며 증거인멸 염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수감생활에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석을 불허함이 상당하고 설령 허가하더라도 향후 재판에 지장이 없도록 엄격한 보석 조건을 부과해달라"고 요청했다.
허 회장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23일 구속 기소돼 오는 10월 말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그는 지난 6월 한 차례 보석을 청구했으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자 지난 3일 다시 보석을 청구했다.
황 대표는 허 회장과 함께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달 30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황 대표 등과 공모해 SPC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에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산하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 570여 명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조 운영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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