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당 등장으로 도 넘은 행태 이미 예고
민생 외면한 채 정쟁 일관하면 민심 등 돌려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징역형 이후 쏟아지는 과격한 말들은 정치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과 금도를 벗어났다. 법원의 판결에 '미친 판결' '사법 살인'이라는 성토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움직이면 죽일 것" "신의 사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지나치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섬뜩함을 넘어 정치적 광기조차 느껴진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장외 집회에 참석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유죄 판결 후 당내 비명(非明)계 움직임에 대해 "숨죽이고 있던 민주당 내 분열 세력이 준동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이 국면이 돌파될지 사분오열될지 결정될 것"이라며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 의원은 19일 "발언이 너무 셌다"고 인정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한술 더 떴다. 이 대표가 빗속에서 연설하는 사진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종"이라고 했다. 그는 "내면에 깃들어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더럽혀지지 않고 어떠한 고통에도 상처받지 않으며 어떠한 모욕에도 해 입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이 대표를 '신의 사제'라고 말한 적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글귀를 인용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런 비이성적 행태는 이미 일찌감치 예고됐다. 지난 4월 총선 때 이뤄진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은 '이재명당'을 완성하는 절차였다.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이재명당이 되면서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거나 견제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한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한 말은 당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의 충성경쟁의 예고편이었다. 최고위원 경선은 충성 경쟁의 장이었다.
민주당의 비이성적인 궤도 이탈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170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이 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에 모든 걸 거는 위험한 도박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선거법 1심 형량이 유지되면 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을 반환해야 한다. 선거법만 있는 게 아니다. 25일엔 위증교사 1심 선고가 있다. 선거법보다 더 무거운 형량이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대북 송금 의혹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재판도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를 뻔히 알고도 당 간판으로 내세운 민주당은 대선때까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에 올인해야 할 판이다.
민주당은 그간 온갖 수단을 동원해 검찰을 압박해왔다. 단순한 압박을 넘어 겁박 수준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입법 권력이 이 대표 방탄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에 대해 줄줄이 탄핵 소추안을 냈다. 검사들을 국회 청문에 불렀고 검찰을 겨냥해 '표적수사 금지법'까지 발의했다. 입법 권력이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무죄를 탄원하는 100만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런 압력으로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이 대표에 대한 중형이 내려지자 당 핵심 당직자는 "미친판결"이라고 성토했다. 검사와의 전쟁이 이제 법원과의 전쟁으로 비화될 판이다. 이쯤되면 3권 분립의 헌법 정신을 흔든다는 지적이 나올법하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왔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성가족부 폐지가 임기가 절반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력망 확충법과 방폐장특별법, AI 기본법 등 경제와 산업을 살리기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거대야당 주도의 정쟁에 밀려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권 교체와는 거리가 멀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입법 권력을 동원하고 사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걸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정부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하면 국정 방해군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밖에 없다. 말뿐인 먹사니즘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원내 1당 본연의 역할을 등한시한 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올인한다면 민심은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 진정으로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원내 1당의 모습을 되찾을 때 국민은 민주당을 달리 볼 것이다. 입법 폭주와 오만한 행태로 정권을 뺏긴 게 불과 2년 6개월 전이다. 민주당은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16 choipix16@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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