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은행 갑질' 언급하며 관치금융
정책 예측가능성↓, 금융 불확실성↑
관치금융 최종 피해자는 금융소비자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권을 규정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 공공재' 발언 이후에도 '은행 돈잔치', '은행 갑질' 언급 등으로 은행들을 직격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정권교체기에 따라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관치 논란은 보수·진보(정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지속적으로 은행권을 공격한 사례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 대통령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대통령 지시 하에 이뤄진 노골적인 관치금융에 금융권은 꽁꽁 얼어붙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정치적 혼란에 따른 금융·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고,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안정 노력과 함께,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한 때다. 국내외 금융사, 투자자 등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증권부 김연순 차장 y2kid@newspim.com |
하지만 정작 금융의 불확실성을 키운 건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관치금융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와 관치금리다.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은행권은 대환대출을 포함해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정부가 불과 반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주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경쟁이 금리 인상 경쟁으로 뒤바뀌는 역설적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관치 금리의 역습'이라는 말이 통용한다. 관치 금리 탓에 서민의 실수요 금리가 줄줄이 오르면서 결국 피해는 대출 소비자가 보게 됐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관치 금융, 관치 금리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도마 위에 올랐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초장기 주담대 '권유 기조'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폭증 이후 돌연 '압박 기조'로 바뀌었다. 이후 50년 주담대 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던 은행들은 결국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기한을 단축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으로 이어진 초유의 사태를 놓고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에서 답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정책 역시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사라지고 금융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정책 실패, 관치 금융, 관치 금리에 따른 시장의 혼란과 혼선의 최종 목적지는 금융소비자다. 이제는 관치금융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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