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병에 2000만원대 발렌타인 한정판, 출시 당일 대부분 판매
5000만원 위스키 '벤로막 50년' 눈길...9900원 편의점 위스키도 훨훨
올해 들어 꺾인 위스키 시장...'불황형 소비' 중간가격대 수요 급감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한동안 활황이었던 위스키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한 가운데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천 만 원대 초고가 위스키가 속속 등장하는 한편 1만원대 가성비 위스키는 인기리에 판매된다. 반면 기존 위스키 성장세를 이끌던 중간 가격대 제품의 수요는 빠르게 감소하는 양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지난 4일 출시한 발렌타인 40년산 마스터컬렉션 '더웨이팅'은 출시 당일 준비 물량 15병 중 대부분이 판매됐다. 한 병에 2000만원대 초고가 위스키로 전 세계 108병 중 최대 물량인 15병이 한국에 할당돼 이목을 끈 바 있다. 지난해 초도 물량(6병) 대비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더 웨이팅'은 출시 당일 대부분 판매됐고 현재 극히 소량만 남은 상태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페르노리카의 샌디 휘슬롭 발렌타인 마스터 블렌더, 페르노리카코리아 프란츠 호튼 대표, 미겔 파스칼 마케팅 총괄 전무. [사진= 페르노리카코리아] |
아영FBC도 지난 13일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 클래식 싱글몰트 위스키인 '벤로막 50년'을 선보였다. 한 병에 50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위스키 제품이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248병 가운데 한국에는 단 1병이 들어왔다. 해당 제품은 아직 판매 중이다.
디아지오코리아도 롯데백화점을 통해 '탈리스커 1976' 등 프리미엄 위스키 판매를 시작했다. 탈리스커 1976은 40병 한정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병당 1100만원이다. 그 외 탈리스커1984(600만원,3병 한정), 라가불린 1997(450만원, 12병 한정), 클라이넬리쉬 1996(350만원, 18병 한정), 피티바이크 1992(300만원, 6병 한정) 등을 함께 선보였다. 전체 위스키 시장 침체 속에서도 초고가 위스키 수요는 건재한 모습이다.
1만원 안팎의 초저가 위스키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20일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스카치 위스키 '길리듀'는 출시 이후 현재(19일)까지 누적 판매량 7만5000만병을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7000여개가 팔렸고 둘째 주에 1만4000여개가 판매되며 최단 기간, 최다 판매된 위스키에 이름을 올렸다. 700㎖ 대용량의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할인가 99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관측된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업계 단독으로 선보인 스카치 위스키 길리듀 모습. [사진=BGF리테일] |
그러나 전체 위스키 시장은 침체기에 진입한 상황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입량을 경신하며 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3분기 기준 위스키 수입량은 1만9529t(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수입액도 1억7923만 달러로 11.7% 줄었다.
위스키 수요 감소의 주 요인은 장기화한 경기 침체가 꼽힌다.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초고가 및 초저가 제품으로 수요가 몰리고 중간 가격대 위스키 매출은 급감했다는 평가다. 위스키 인기가 시들해지자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달 들어 주요 위스키 가격을 최대 13%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장가치가 있는 초고가 위스키 제품과 아예 저가 제품으로 수요층이 확연히 나눠지고 있다"며 "반면 중간가격대 프레스티지급 위스키 수요가 감소해 전체 위스키 시장 감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