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SSAFY 캠퍼스서 회동
짧은 비공개 회담…반도체특별법, 상법 논의는 無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이례적으로 연이어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임원들을 강하게 질타한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는 뜻)' 발언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중소기업과의 협력 및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동행 철학'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에서 이 대표와 만나 청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재계 1위 그룹의 총수와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의 첫 공식 회동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린 만남이다. 이번 만남은 이 대표 측이 SK와 현대, 중소기업 등 기업 방문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에도 제안했는데, 삼성이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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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1층 로비에서 이 대표를 맞이했다. 이 대표가 나타나자 이 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함께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 자리로 향했다.
◆ "사회 공헌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SSAFY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삼성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가지고 우리 사회와의 동행이라는 이름하에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의 미래인 청년의 미래를 위해서 단순히 사회 공헌을 떠나 미래에 투자한다는 믿음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또 인공지능(AI)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이 오늘 (대표께서) 방문하신 점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느끼고 있고 아마 기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이 회장과 이 대표는 SSAFY 교육생과 만나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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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SSAFY는 삼성이 2018년부터 국내 SW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CSR 프로그램이다. SSAFY는 1기수당 1000여명씩 연 2기수 교육생을 모집해 연간 2000여명을 교육하고 있다.
SSAFY는 1년간 매일 8시간씩 총 1600시간의 집중적인 교육과 교육생간 협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기업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SW 개발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무상이며, 교육생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달 100만원씩 교육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을 시작한 SSAFY 13기부터는 대졸 미취업자뿐만 아니라 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들도 교육생으로 입학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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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이 회장과 이 대표의 비공개 회담에서는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의 상생 사례가 비공개 회담의 주요 화제로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은) 처음에는 SSAFY 프로그램의 운영과 규모, 계획 등을 이야기 했다"며 "삼성 측에서는 젊은 층에게 기회를 주는데 전공을 안 한 친구들에게도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 있었다. 또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비율을 50 대 50으로 기회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 이재용 회장이 최근 가장 보람 느낀 일?
특히 이 회장은 코로나19 당시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에 나선 경험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마스크 대란'이 빚어진 상황에서,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해 마스크 제조업체 4곳(E&W·에버그린·레스텍·화진산업)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제조 전문가 50명을 마스크 생산 업체에 긴급 투입했다.
이들은 ▲금형 제작 지원 ▲신규설비 세팅 ▲공정별 작업대와 이동 대차 제작 ▲필터 신규 공급처 연결 등 삼성전자의 생산과 원자재 공급 노하우를 마스크 공정에 접목해 두 달 만에 4개사의 생산 능력을 51%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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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또 같은해 말 삼성전자는 백신 주사 잔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LDS(Low-Dead-Space) 주사기' 생산 기업 '풍림파마텍'에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 30명을 급파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풍림파마텍과 함께 통상 40일 정도가 소요되던 금형 제작을 단 4일만 마치며 시제품 생산을 완료, 1개월 만에 월 100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백신 도입 협상이 급진전된 바 있다.
조 수석대변인은 "지난번 LDS 공정개선을 하면서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이 회장이 최근 가장 큰 보람 있었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또 "LDS뿐만 아니라 마스크도 중요했는데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공외교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개별 기업이 각각 접근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기업·기업협의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에 서로 공감대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