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갈등 부추기지 말아야
가짜뉴스·음모론에 사회 불신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할 때"
[서울=뉴스핌] 조승진 배정원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된 이후로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전히 부정선거, 계엄령 정당화 등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있다.
정치·이념·젠더 등으로 갈라진 사회 갈등은 오히려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이 같은 사회 갈등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사회 통합 방안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비롯한 사회 제도와 국가에 대한 신뢰 등 변화를 넘어선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사회 갈등 심각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전국 19~75세 국민 3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갈등 심각도 인식은 2024년 3.04점으로 지난 6년 이래 가장 최고치를 찍었다.
갈등 심각도 응답은 ▲2018년 2.88점 ▲2019년 2.9점 ▲2021년 2.89점 ▲2022년 2.85점 ▲2023년 2.93점으로 보합세를 보이다가, 2024년 3점대를 넘어섰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응답자 77.5%가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간 사회갈등을 심각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지금 정치, 경제, 이념, 연령, 젠더 모두 너무 분열돼 있다"며 "갈등을 줄이고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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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던 지난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야 관계자들이 1인 시위 방식과 자리로 대립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 가짜뉴스와 음모론, 사회 통합 '걸림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대한 단호한 대응 없이 사회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허위 정보의 확산은 국민 간 불신을 키우고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탓에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튜버들은 신념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들의 행위에 철퇴를 날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를 외치는 이들은 극소수"라며 "이들을 마치 정치세력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설병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시민 개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며 "잘못된 정보를 무심코 퍼뜨리는 일 자체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어 시민 스스로 책임감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정치권, 갈등 조장 말고 변화된 모습 보여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갈등을 완화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원래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문제는 정치인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갈등을 조장한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보수 정치권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보수가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사회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 결집을 위해 윤심(尹心)이나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에 대해 언론이 너무 관심을 갖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히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변화해야 한다. 말로만 사회통합을 외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진지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변화된 것이 없이 계속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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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안 모씨. 안씨는 '중국인 간첩 99명 주일 미군기지 압송' 등 스카이데일리가 '단독'이라며 내보낸 일련의 부정선거 음모론 기사들의 핵심 제보자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사진=안씨 SNS] |
◆ "통합 말하려면 제도부터 바꿔야"…사회개혁 필요
정치·행정·사법 시스템 전반의 개혁 없이는 진정한 사회 통합이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반복되는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이 제도의 허점과 권력기관의 불신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행정부와 입법부 갈등, 사법부의 정치화 시도, 권력기관의 중립성 문제, 헌법기관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고 이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채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이번 사태에서 기무사와 정보수사기관의 폐해가 드러났다"며 "국군방첩사령부와 국가정보기구, 검찰 등 각종 수사기관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 권한을 남용하는 일 등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록과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영선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국민 대다수는 내란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정확하게 지적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후세에 가르침을 줘야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ogiza@newspim.com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