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텐서 G5, TSMC 3나노 공정서 생산
성능·수율 논란에 퀄컴 이어 구글도 이탈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픽셀용 칩셋 생산 계약을 대만 TSMC에 넘기며 핵심 고객을 상실했다. 2021년부터 텐서칩을 생산해온 삼성전자는 4년 만에 구글과의 협력이 사실상 종료됐으며 올해 출시될 픽셀 10 시리즈부터는 TSMC가 생산을 맡는다.
◆ 구글 텐서칩 생산, TSMC에 뺏겼다
28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고위 경영진을 TSMC 본사로 파견해 텐서칩 파운드리 계약을 최종 확정했다. 양사는 향후 3~5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출시될 픽셀 10 시리즈부터는 TSMC가 제조한 텐서 G5가 탑재된다. 이 칩은 TSMC의 첨단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되며 향후 픽셀 14 시리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픽셀 6에 처음 적용된 텐서 G1부터 픽셀 9에 들어갈 G4까지 모든 텐서칩을 생산해 왔다. 단순 생산을 넘어 제품 설계 초기부터 구글과 긴밀히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 해지는 삼성에게 구조적인 타격이다. 특히 텐서칩은 구글이 퀄컴 대신 독자적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시도한 핵심 칩으로, 파운드리 파트너의 신뢰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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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텐서칩. [사진=구글] |
◆ 성능·수율 논란 속 흔들리는 신뢰
업계는 구글의 이탈 배경으로 ▲성능 불만족 ▲전력 소모 ▲수율 문제 등을 꼽는다. 실제 텐서 G3가 탑재된 픽셀 8 시리즈는 발열과 배터리 효율 문제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글은 애플 칩 생산을 통해 검증된 TSMC의 3나노 공정이 보다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역시 2022년 스냅드래곤 8+ Gen 1부터 플래그십 칩셋의 대부분을 TSMC에 맡기고 있다. 초기 삼성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일부 모델에서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가 거론되면서 TSMC 전환 이후 수율과 성능 측면에서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 TSMC에 무게를 싣게 되며 삼성 파운드리는 연달아 핵심 고객을 잃게 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초기 개발단계에서부터 설계 변경이나 공정 대응이 훨씬 유연하고 수율 안정성도 예측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고성능 모바일이나 AI용 칩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안정성의 측면에서 TSMC 5나노 이상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직전 분기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8.1%로 같은 기간 1.0%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역시 악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가 올 1분기 2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약 6조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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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 신시장 개척에도 불안한 회복력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AI 반도체, 차량용 칩, 고성능 컴퓨팅(HPC) 등 신시장 영역으로 파운드리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로 예상되는 '스위치2'에 탑재될 칩셋 일부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구글과 퀄컴이라는 '확실한 고객'을 잃은 지금, 삼성 파운드리의 회복력은 단순한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고 대형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다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