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9개국 가입… 무비자 출·입국 원칙적 보장했지만 점차 유명무실화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폴란드가 7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독일과 리투아니아와의 국경에서 불법·무자격 이민을 차단하기 위한 검문을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조치가 다음달 5일까지 한시적인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을 고려할 때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최근 이민자 유입 차단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이민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독일이 유럽연합(EU) 규정을 위반해 폴란드를 경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폴란드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은 "폴란드 정부의 행보는 솅겐 조약의 존속을 위협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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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7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 경비대가 독일과의 국경 지역에서 입국하는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
솅겐 조약은 유럽 회원국끼리 비자가 없어도 국경에서 출입국 검문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1985년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룩셈부르크 솅겐에 모여 합의했고, 이후 대부분의 유럽 대륙 국가들이 가입했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25개 국가를 비롯해 모두 29개국이 가입해 있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는 이날 독일과의 국경 검문소 52곳, 리투아니아와의 국경 검문소 13곳에 수백 명의 경찰관과 군인을 추가로 배치해 철저한 검문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리 정부는 '국경 없는 유럽'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전체 EU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독일인과 네덜란드인, 프랑스인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 이곳은 EU의 국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이나 다른 나라가 서류가 불완전하거나 불분명한 사람을 폴란드로 보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변국에 스트레스를 주기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밀려오는 이민자를 EU 국가들 쪽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국경을 폐쇄하거나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최근의 흐름이 오스트리아·이탈리아·네덜란드 등 기존에 반이민 정서가 강했던 국가들의 행보와 겹치면서 유럽에서는 국경 검문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23년부터 일부 주변국과의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실시한데 이어, 작년 9월부터는 이러한 조치를 모든 국경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 출범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아예 국경에서 차단하고 추방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치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이민 차단과 국경 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이민자들을 서로 떠넘기고, 국가간 갈등이 부각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토마시 시모냐크 폴란드 내무장관은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향하는 불법 이주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국경 검문 강화는 폴란드를 통한 불법 이주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독일이 국경 통제를 해제하지 않으면 우리도 통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 관계자는 "오늘은 독일과 폴란드 관계에 좋지 않은 날"이라며 "독일과 폴란드 국경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민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