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사이 자산 5배
신규 상품-거래량도 폭발
유동성·분산 측면에서 매력적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중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7월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ETF 자산이 6월 말 기준 500억달러를 웃돌았다. 2024년 초 100억달러에서 5배 뛴 셈이다.
중국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는 ETF 상품은 2024년 말 이후 6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중국 채권 ETF에서 회사채 상품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월가는 중국 채권에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입질'하는 배경으로 디플레이션을 꼽는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둔화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꺾이지 않는 상황. 투자자들은 세계 2위 경제국의 불확실성에 헤지를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 기준 0.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5개월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중국 CPI는 지난 2월 연율 기준으로 0.7% 떨어졌고, 3~5월 각각 0.1%씩 하락했다.
CPI가 간신히 상승 반전했지만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연율 기준 3.6% 떨어졌다. 낙폭이 전월 3.3%에서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 PPI는 33개워 연속 하락했고, 약 2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ING는 "디플레이션이 여전히 중국 경제에 골칫거리"라며 "임금 동결 및 삭감에 과격한 가격 경쟁, 여기에 경기 수축 사이클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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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채권 ETF 자산 규모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일반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여건에 채권이 인기를 끄는 데는 몇 가지 구조적인 배경이 작용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여지가 높고, 이 경우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준다.
신규 채권에 비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기존 채권의 인기가 올라가는 현상과 디플레이션 시기의 거시경제 리스크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디플레이션 국면에는 통상 은행 예금 금리도 하락하는데 반해 만기가 긴 국채나 회사채는 매입 시점의 고정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예금보다 유리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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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채권 ETF 거래량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일부 채권 ETF는 중국의 급성장하는 IT 업체에 대한 익스포저를 내세워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모닝스타의 레이첼 선 중국 리서치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 저위험 고정수익 자산에 대한 수요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채권 ETF가 풍부한 유동성과 분산 투자 측면에서 이상적인 자산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올해 18개의 신용 관련 ETF를 추가했고, 이 가운데 10개는 IT 섹터 기업의 회사채를 집중 매입하는 상품으로 이달 들어 발행됐다. 이들 18개 펀드 가운데 5개 상품이 지난 6월 아시아 지역 자금 유입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차이나AMC SSE 마켓 메이킬 회사채 ETF가 20억달러의 자금을 흡수하며 1위에 랭크됐다.
화타이증권의 치우 웬주 채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권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들어 채권 수요가 급증하고, 관련 ETF도 대규모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사모펀드를 포함한 기관들도 회사채와 전환사채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움직임이다.
ETF는 같은 날 매수와 매도 주문을 낼 수 있고, 일부 채권 ETF는 6월 시작된 시범 프로그램 출시에 따라 단기 자금 차입 때 담보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품 중 하나인 차이나AMC SSE 마켓 메이킹 회사채 ETF의 거래량이 지난 7월8일 하루에만 25억달러를 기록, 중국 ETF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포춘 앤드 로열 애셋 매니지먼트의 리 준은 "ETF를 매입할 때 투자자들은 평균적인 시장 신용 위험만을 감수한다"며 "포트폴리오의 채권 중 하나가 디폴트를 맞더라도 펀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질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 ETF 거래 자체가 과열되는 경우 기초 자산에 대한 가격 변동을 약화시켜 과도한 매도나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 카이통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ETF 시장의 확장은 전체 신용시장에 더 높은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채권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광기를 멈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선전 소재 카이펑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왕하오추안 이사는 "채권 ETF로 자산 배분을 늘리고 있다"며 "낮은 채권 수익률과 좁혀진 신용 스프레드를 감안할 때 액티브 투자는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저조한 수익률과 스프레드로 인해 채권 자체로 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채권시장에서 직접 투자보다 ETF를 통한 자금 운용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