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하락 배경은 '롱 스퀴즈'...낙관 심리는 여전
기술지표도 '하락 경고'..."건강한 조정 과정" 분석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24일 급락했다. 한때 12만 달러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1% 가까이 빠지며 11만8,000달러 선으로 밀렸고, XRP·도지·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은 일시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0.23% 내린 11만8,146달러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은 1.65% 내린 3607달러에 거래됐다. XRP는 10.97% 밀린 3.07달러, 솔라나는 183.45달러로 7.3% 빠지는 등 주요 알트코인도 큰 폭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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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최근 1달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7.24 koinwon@newspim.com |
◆ 갑작스러운 하락 배경은 '롱 스퀴즈'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의 하락을 예상한 매도(숏) 포지션 증가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 몇 주 동안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빌린 돈(레버리지)을 이용해 매수(롱) 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이, 가격이 예상보다 오르지 않자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연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즉 '롱 스퀴즈(long squeeze)'가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번 하락은 투자자들이 과도한 레버리지 기반 상승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포지션이) 강제청산(liquidation) 당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시장 심리는 여전히 낙관적인 상태"라고 분석했다.
◆ 파생시장선 롱 청산 러시…알트코인 타격 컸다
특히 파생시장에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롱 포지션 청산이 잇따랐다. 최근 이틀 동안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 계약 중 아직 결제되지 않은 물량, 즉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XRP는 6%, 솔라나는 5%, 이더리움은 2%, 비트코인은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존에 잡아둔 포지션을 정리하고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펀딩비(funding rate)'는 여전히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펀딩비가 플러스라는 건 여전히 매수(롱) 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만약 시장에 새롭게 숏(하락) 포지션이 대거 유입됐다면 펀딩비가 음수로 바뀌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하락은 새로운 매도세 유입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상승 베팅이 정리되거나 강제로 청산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강제 청산 규모도 컸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지난 하루 동안 약 7억3,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파생 포지션이 청산됐다. 특히 이더리움과 XRP 청산 규모가 비트코인보다 컸는데, 이는 최근 시장의 알트코인 쏠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더리움 청산액이 1억5,278만달러로 가장 컸고, 이어 XRP 8,858만달러, 비트코인 6,529만달러 순이었다. 솔라나와 도지 역시 각각 4,000만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뚜렷한 촉매 요인이 없었던 점과 주요 저항선 부근에서 발생한 차익 실현이 하락폭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더리움은 최근 4,000달러 선 근처까지 올랐고, 비트코인은 11만8,0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면서 대형 지갑들이 수익 실현에 나섰던 상황이었다.
◆ 기술지표도 '하락 경고'..."건강한 조정 과정" 분석도
기술적으로도 약세 신호가 포착됐다. 비트코인은 7월 14일 사상 최고치인 12만3,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12만 달러 저항선 상단 안착에 실패하며, MACD(이동평균 수렴확산지표) 히스토그램에서 약세 전환 조짐이 나타났다. 이더리움은 RSI(상대강도지수)가 과매수권(70 이상)에 진입했다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어 단기 과열 해소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필요한 숨 고르기'로 해석하고 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롱 스퀴즈는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과 레버리지를 제거하는 정화 과정으로,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신호"라고 전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