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해외 규제 강화에 맞춰 고효율·친환경 전환↑
AI 절전 제어·친환경 소재 확대…가전부터 B2B까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고효율 설계·친환경 소재를 앞세워 생활가전부터 전장·기업간거래(B2B) 영역까지 에너지 절감 기술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요금 급등과 글로벌 탄소중립 압박 속에서 두 회사 모두 소비자 생활 패턴을 학습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고, 부품·소재 단계부터 탄소 저감을 구현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 글로벌 규제·정부 정책이 이끄는 고효율·친환경 전환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에너지효율 1등급 이상 제품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단순히 기존 제품의 부품을 일부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품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소비전력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고효율 부품·모터·압축기·회로를 채택하는 구조다. 여기에 AI 기반 절전 제어를 결합해 사용자가 기기를 켜고 끄는 단순 시간 제어를 넘어, 실시간 환경·사용 패턴·부하 조건을 분석해 전력 소모를 자동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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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행하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에 맞춰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사진=삼성전자] |
또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저탄소 금속, 무독성 접착제 등 친환경 소재의 적용 범위를 제품 외관에서 내부 부품·포장재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제품 사용 단계뿐 아니라 제조·물류 과정 전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행보는 정부의 고효율 가전 보조금, 세제 혜택과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사업'을 통해 에너지효율 1등급 이상 가전 구매 시 최대 수십만 원을 환급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개별적으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고효율 제품 구매 지원금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정부 지원 정책이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고효율·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할 이유가 커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미국도 생활가전의 에너지라벨 기준과 친환경 설계 지침을 강화하는 추세다. EU는 에너지효율 등급 상한을 상향하고, 제품 재활용 가능률·소재 출처를 의무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삼성전자, AI 절전 기술로 생활가전 고효율화
삼성전자는 최근 'AI 절약모드'와 하이브리드 냉각·맞춤 제어 기능을 주력 가전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키친핏 맥스' 냉장고는 컴프레서와 펠티어 반도체를 병행 사용하는 냉각 기술로 사용 패턴에 맞춰 전력 소모를 최대 25% 줄인다. '비스포크 AI 식기세척기'는 세척 강도와 시간을 자동 조절해 전력과 물 사용량을 모두 절감하고, 'AI 무풍콤보 벽걸이' 에어컨은 냉매 제어로 최대 30% 전력 절감을 구현한다. 부품 단에서도 저전력 회로와 경량화 설계를 확대해 '갤럭시 북5 프로' 같은 IT 제품까지 고효율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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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핏 앤 맥스'와 'LG 트롬 AI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가 '제28회 올해의 에너지위너상'에서 에너지위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LG 디오스 핏 앤 맥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동시 수상했다. [사진=LG전자] |
◆ LG, 전장·B2B까지 확장한 친환경 전략
LG전자는 가전뿐 아니라 전장·공조 등 B2B 부문까지 고효율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핏 앤 맥스' 냉장고는 AI가 생활 패턴을 분석해 냉각 사이클을 조절하고,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자동 절전 모드로 전환한다. '트롬 AI 워시타워'는 세탁·건조 모두 1등급 효율을 달성하면서 대용량 운전이 가능하다. 전장사업본부는 부품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가상검증 시스템으로 연간 5840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등 B2B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에너지 효율이 가격이나 성능 못지않게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정부 지원과 해외 규제, 친환경 트렌드가 겹치면서 앞으로 나오는 가전은 전력을 덜 쓰고 똑똑하게 제어하는 기능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