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문 부산울산경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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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문 부산울산경남취재본부장 |
[부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부산시교육청이 성희롱 징계 전력이 있는 교사를 성고충 담당 부서장으로 임명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실수나 인사 착오가 아니다. 이미 뚜렷한 징계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의 관행적 '제식구 감싸기'가 작동한 결과다.
지난 2023년 울산 소년체전 기간, 당시 중학교 교장이던 A씨는 공식 저녁 자리에서 여교사에게 술잔을 건네며 5만원을 함께 감싸 쥐어주었다. "음주운전하지 말고 이 돈으로 대리운전하라"는 발언이었다.
외형적으로는 농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선후배 관계의 위계 구조 속에서 여교사에게 술과 돈을 동시에 건네며 부적절한 발언까지 덧붙인 행위는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성희롱으로 규정됐다.
이어 또 하나의 사례는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졌다. 짐을 안고 탑승한 여교사에게 A씨는 "왜 그렇게 무거운 짐을 가슴에 안고 다니느냐"고 말하며 해당 교사의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피해 교사가 불쾌감을 직접 표한 것은 당연했다. 이 두 건이 징계 사유의 핵심이었으며, 결국 A 씨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 재심 과정에서 감봉으로 경감되기는 했으나, 행위의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사 과정에서 이 전력은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취급됐다. 이 지점에 '제식구 감싸기'가 자리한다.
성고충 담당 부서장은 피해자 보호 업무의 최전선이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징계 전력이 있는 교원을 발령했다. 이는 피해자보다 조직 내부 구성원의 경력을 배려한, 전형적인 '내부 우선주의'의 산물이다.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사실은 알았으나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봤다"는 식의 태도는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 보존을 택했다는 방증이다. 조직의 체면과 내부 인사 관리가 원칙보다 앞섰던 것이다.
간부 간 제식구 감싸기는 단순히 한 건의 인사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교육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교사, 학생, 학부모 누구도 "성고충 업무를 맡은 간부가 성희롱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용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인사가 강행된 것은, 교육청이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 지적하듯, 이번 발령은 "피해자는 뒷전, 관리자는 보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가 현장 교사와 학생에게 어떤 신뢰 상실을 가져올지는 자명하다.
교육의 신뢰는 원칙을 지킬 때만 회복된다. '제식구 감싸기'는 교육행정의 고질병이자 신뢰 훼손의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다. 그것을 끊지 못한다면, 이번 논란은 또 다른 사건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결국 책임은 최종 인사권자인 교육감에게로 돌아간다. 단순한 인사 착오가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식 인사 관행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책임 있게 사과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부산시교육청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와 인사 불신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무엇보다 신뢰 위에 서야 한다. 술잔에 얹힌 돈 한 장, 가벼운 농담처럼 던진 말 한마디가 결국 교단을 떠받치는 신뢰를 무너뜨렸음을, 부산시교육청은 이번 사태에서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news234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