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로 131조원 유출..."국내거래소로 돌려야" 문제의식
올 하반기 기관·법인 가상자산 투자 본격화...파생상품 요구 높아질 듯
업비트·빗썸은 '환영'..."글로벌 투자자 관심많아...명확한 제도 필요"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신용공여와 파생상품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른바 코인 빚투와 선물 옵션 등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국내법상 금지된 탓에 해외거래소로 유출되는 자금이 131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제도권 내 자금 리쇼어링 전략'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파생상품, 신용공여) 투자가 해외에서 이뤄지다보니 투자자 보호 공백이 생기고 자금이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국내 유동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합법적이고 경쟁력 있는 가상자산 파생상품과 신용공여 시장을 국내에 만들어야만 자금의 해외 유출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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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 교수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제도권 내 자금 리쇼어링 전략'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신용공여와 파생상품 제도화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8.26 romeok@newspim.com |
신용공여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지급보증을 해주는 행위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파생상품 취급과 신용공여가 금지돼있다. 국내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고 투자자금도 해외거래소로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즉 가상자산 신용공여 제도화란 가상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이른바 '코인 빚투'를 허용하자는 취지이며 가상자산을 기초담보로 한 선물, 옵션투자 등 파생상품 취급도 함께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다.
관련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신용공여와 파생상품 취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가상자산의 신용공여 및 파생상품 제도화 추진 방향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신용공여 및 파생상품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다. 김 교수는 "바이낸스 등 주요 10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난해 4분기 거래량은 58조 5000억 달러로 3분기 직전에 비해 80%정도 성장했다"며 "이는 기관 투자자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며 기관 투자자들은 자금 헷지(Hedge)를 통해 손실위험을 줄이는 등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의 선물 등 파생상품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시장에서는 현물 투자가 저물고 선물 투자, 특히 파생상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2~3년 동안 선물 옵션 위주의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70~8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올 하반기 중 기관 투자자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한다고 밝힌 만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신용공여 및 파생상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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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26일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제도권 내 자금 리쇼어링 전략'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강현정 김앤장 변호사,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 이주현 빗썸 전략법무실장,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2025.08.26 romeok@newspim.com |
김 교수는 "주식회사가 단순 비트코인을 사게 되면 변동성이 높게 책정되고 이 상태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 회사채 가격을 높아지므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선물옵션 등 헷지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상자산의 신용공여 제도화는 해외로 유출된 레버리지 수요를 국내 감독권 아래로 흡수하는 것으로 투자자 보호와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표준화된 가상자산 선물시장 도입이 필수적으로 제도권 내 표준화된 위험관리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신용공여 및 파생상품 제도화 추진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들 거래소가 운영하던 '코인 대여 서비스'가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금융당국의 제제를 받은 가운데 신용공여, 파생상품 관련 명확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해붕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장은 "최근 '코인 빌려주기'서비스가 당국의 행정지도로 일부 이제 수정되었는데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원칙 기반으로 업계에서 더 나은 상품 라인업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빗썸 전략법무실장은 "최근 해외에 많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거래소에 문의를 해오고 있는데 한국의 규제 동향, 특히 파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현물ETF 이행이 될 것인지 등에 관심이 많다"며 "글로벌 투자자와 사업자들에 자신있게 국내 시장에 와서 함께 사업을 하고 함께 투자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가상자산의 파생상품 제도화에 대한 제도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돼 증권사나 한국거래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문제는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것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가상자산 위험이 제도권 금융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처럼 국내도 가상자산거래소 내에서 파생상품과 현물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장치가 요구되며 기존 자본시장법과 별개로 디지털자산기본법에 파생상품을 별도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