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방송 인터뷰서 "프랑스는 구멍 뚫린 배… 국가 미래 위태로워 질 것"
르몽드 "바이루의 도박이 정치·금융 불안정 촉발"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약 일주일 후 실시되는 자신에 대한 의회의 신임 투표가 부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번 투표가 프랑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루 총리는 지난달 25일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confidence vote)를 의회에 요청했고, 투표는 오는 8일 실시될 예정이다.
사회당 등 좌파 진영과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모두 이번 투표에서 바이루 총리를 불신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다. 야권의 두 진영은 전체 의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도 예산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바이루 총리는 이날 BFM TV, Cnews 등 4개 방송 매체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8일 실시되는 의회 투표는) 총리 개인이나 현 정부의 운명이 아니라 프랑스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정부의 재정 상태를 '선체에 구멍이 뚫려 물이 들어오는 배'에 비유하면서 "정부가 무너지면 지금 추진 중인 정책들은 폐기될 것이고 이는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루 총리 내각은 지난 7월 중순 440억 유로(약 72조원) 규모의 재정 적자 축소를 골자로 하는 2026년도 긴축 예산안을 발표했다.
공공 지출과 복지 급여를 동결하고 연금·의료 등 사회·건강 관련 지출을 삭감하는 동시에 약 3000개의 공무원 일자리 감축과 공휴일 2일 폐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작년 말 기준 5.8%(유로스타트 통계 기준)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내년 말까지 4.6%로 낮추고 2029년에는 유럽연합(EU)의 기준인 3% 선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바이루 총리는 "지금은 우리의 진실의 순간"이라며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2008년 그리스를 강타했던 것과 유사한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좌파 진영과 극우 정당은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바이루 정부는 무너질 것"이라며 말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도 "총리에 대한 우리 당의 불신임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1일 바이루 총리와의 회동에 대해 "지금 그에게서 듣고 싶은 유일한 말은 '안녕'이라는 단어뿐"이라고 말했다.
르몽드는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10명 중 7명은 바이루 총리가 이번 신임 투표에서 패배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며 "바이루의 (신임 투표) 도박은 프랑스가 새로운 정치·금융 불안정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