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보유국' 북한의 모순적 현실 잘 드러내
긴 열차 여행 활용해 애민 활동 부각 선전효과도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3일로 예정된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을 위해 2일 오후 1박2일만에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긴 여정을 두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미사일은 날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날지 못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방문 직전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생산시설을 점검하는가 하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보유 능력도 과시했지만 정작 노후 전용기의 안전성 문제 탓에 열차로 이동해야 하는 김 위원장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북한의 최신 미사일은 성능면에서 전세계 극소수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고위 지도자들이 타는 신뢰할 만한 항공기가 없는 김 위원장은 느린 열차를 이동수단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개발에 매진한 탓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최신 전용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9월에도 러시아 극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등 시속 60km로 느리게 움직이지만 김 위원장이 해외 방문에 늘 열차를 애용하는 배경으로 선전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왔다. 열차 여행은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보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특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긴 여정이 최고 지도자의 외교 활동을 부각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자은 물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열차로 전국을 돌아다녔으며, 열차는 북한 선전의 핵심 도구였다. 긴 열차 여행은 지도자가 국민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 |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5.09.02 photo@newspim.com |
뉴욕타임스(NYT)도 지난주 중국과 북한이 김 위원장의 베이징 열병식 참석을 발표하자, 해외 정보관들이 올리브색으로 칠해진, 북한에서 '태양호' 불리는 그의 전용 방탄 열차의 행방을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열차를 '움직이는 집무실'로 사용한다며 지난해에는 김 위원장이 홍수 피해 지역을 방문하고, 열차 내부에서 정치국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이 국영 매체에 공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WSJ은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직전 미사일 공장을 찾은 것은 첨단 미사일과 핵탄두를 갖춘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열병식 연단에 설 자격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번 중국 방문은 김 위원장이 중국, 러시아와의 단결을 보여주고,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여기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 개최를 앞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행사에 참고할 만한 정보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