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언 만으로 인도에 준 모욕 용서하기는 쉽지 않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완화된 발언에 "인도가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전 인도 외교관 출신 인사가 평가했다.
7일 타임스 오브 인디아(TOI)에 따르면, 전직 외교관인 케이피 파비안(KP Fabia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인도 관계를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공격적인 무역 위협이 의도한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비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근거 없이 이루어진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트럼프 관세의 조기 종식 여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의 25% 추가 관세 위협에 인도가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당초의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푸틴과 회동한 것을 두고 "그가 지금 이 순간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그는 훌륭한 총리다. 항상 (모디 총리의) 친구로 남을 것이다. 인도와 미국은 특별한 사이다. 걱정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인도 제1 야당인 국민회의당(INC) 소속 의원인 샤시 타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양국 관계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그것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남긴 상처와 불쾌감을 용서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타루르는 인도 ANI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0% 관세와 (트럼프) 대통령 및 참모들이 준 모욕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의 발언은 인도에 상처와 모욕을 주었다. 50% 관세는 이미 실질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와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25%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문제 삼으며 25%의 추가 관세를 매겼다. 현재 미국의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은 50%로,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도에 대한 유제품 및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요구에 더해 인도와 파키스탄 간 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인도와 미국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 뒤 휴전하는 과정에서 제3자의 중재는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국 농민과 농업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미국의 비난에 대해서도 인도는 "국가 이익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관측통들은 중국 견제를 위해 가까워졌던 미국·인도 관계가 20여 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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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났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