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미 국가 본국 송금 20% 이상 증가
"붙잡히면 빈손으로 추방"...계좌 동결 우려도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이민 단속과 추방 정책이 중남미 이주민 사회에 직접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미국 내 불법 체류 이주민들의 본국 송금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여러 중미 국가로의 송금이 최근 몇 달 사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송금액이 최근 20% 이상 뛰어올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중미 각국 중앙은행과 중앙아메리카통화위원회(SECMCA) 집계 결과, 송금 규모는 이미 해당 국가들의 GDP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경제 자금줄로 자리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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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류자를 검거한 미국 이민 단속 요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에서의 라틴계 본국 송금 증가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단속과 추방 우려가 부추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는 과테말라 출신 불법 체류자 훌리오 푸엔테스(35)는 NYT에 "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빈손으로 집에 보내진다"며 올해 자신의 저축 대부분을 고국 계좌로 이체했다고 말했다.
미국 휴스턴에 거주하는 엘살바도르 출신의 한 불법 체류자 여성은 매달 자녀 양육을 위해 본국으로 1,500달러를 보내던 송금을 최근 700달러 더 늘렸다고 신문에 밝혔다. 그녀는 익명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의 은행 계좌를 동결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송금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과테말라 중앙은행 총재 알바로 곤살레스 리치는 "언제 추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주민들이 본국에 대비 자금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하면서 1년 내에 불법 체류자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강경한 이민 단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집권당인 공화당은 지난 7월 포괄적 정책 법안에 송금세 1% 부과 조항을 포함시켰고 이는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