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에 대해 "실수였을 수 있다"고 말하자 폴란드가 즉각 "실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위협의 실체와 그 의도에 대해 트럼프와 유럽이 여전히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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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 등 유럽 정상들과 회동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도 폴란드에 대한 드론 공격이 실수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침범은 "실수였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이 전체 상황과 관련된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 하지만 곧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스크 총리의 반응은 트럼프 발언 이후 몇 시간 뒤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독일 마셜펀드 바르샤바 사무소의 필립 베드나르치크 소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의도적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는 푸틴에게 '빨간불은 아니더라도 노란불'로 작용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어망을 얼마나 쉽게 뚫을 수 있는지 저비용으로 계속 시험해 볼 수 있는 신호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는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4년 만에 실시하는 연합군사훈련 '자파드 2025'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훈련"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과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으며 민스크 동쪽 75km 떨어진 보리소프 인근에서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군사 분석가들은 이번 훈련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국경을 따라 러시아의 영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잇는 좁은 회랑지대인 수발키갭(Suwalki Gap)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T는 "마지막 자파드 훈련은 2021년에 실시됐는데 당시 이 훈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대규모 병력을 서부로 이동시켜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폴란드와 유럽 동맹국들은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전면 폐쇄하고 동부 국경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했다. 발트3국인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도 일부 영공을 폐쇄하고 국경 방어를 강화했다.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체코 등은 전투기와 헬리콥터,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및 일부 병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3대를 파견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현지 프랑스 앵테르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번 영공 침범은 우발적이든 아니든 전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러시아가 우리를 위협하고 시험하려는 의도적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자파드에 대해 인접 국가들이 보이는 과민한 반응은 우리에 대한 서유럽의 적대적 태도 때문"이라며 "러시아는 그 누구도 위협한 적이 없으며, 유럽 국가들을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