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넘던 영광은 뒤로
유동성 악화·부채 급증에 법원 문 두드려
업계 연쇄도산 경고음에 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3대 디벨로퍼로 꼽히는 DS네트웍스가 결국 법원 문을 두드렸다. 금융비용 증가와 고금리·공사비 급등이 겹치면서 자금난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시행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방 분양물량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유동성 문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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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DS네트웍스 주요 실적 관련 지표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승부수' 적극적 토지매입, 부푼 이자로 돌아와
30일 시행업계에 따르면 DS네트웍스는 지난 26일 서울회생법원에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과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를 결합해 동시에 진행하는 절차다. 채무자 회사가 강제집행 위험 없이 정상적인 영업을 영위하는 것을 허용하는 동시에 워크아웃 협상도 가능케 한다. 회생신청을 망설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채무자가 이해관계인들과 충분히 자율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DS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 신청은 당사의 자산 가치와 사업의 본질적 경쟁력은 건전하다는 전제 아래,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며 "법원의 보호와 금융권 협의를 통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완수하고 채권자와 고객, 협력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7282억원으로 전년(7299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10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만 3636억원으로 전년(514억원) 대비 600% 이상 늘었다.
수 년 전까지 DS네트웍스는 시행사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엠디엠·신영 등과 함께 국내 3대 대형 시행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매출 1조2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4년 연속 호실적을 냈다. 특히 공격적인 토지 매입으로 눈길을 끌었다. 2021년에는 부지 매입 비용으로 1조원을 넘게 쓰는 등 이른바 알짜 토지 '찜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2022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유동성 위기와 고금리, 공사비 인상 등이 겹치며 부동산 개발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에 빠지자 실적도 점차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호황기에 대량으로 매입해 둔 토지가 거액의 금융비용을 몰고 온 것. 지난해 부채비율은 745%로, 전년(530%)에서 200%p(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DS네트웍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지는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메꾸려는 시도에 나섰다. 지난해 286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제주 화북상업지역 주상복합 신축사업권을 포기했으며, 올 초 한국도로공사에 일산 예탁결제원 용지를 정리했다. 매각 금액은 620억원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단기차입금은 2023년 2400억원에서 지난해 1009억원으로, 장기차입금은 9421억원에서 2623억원으로 각각 줄었으나 상환 만기가 짧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고양향동 지식산업센터'(DMC시티워크)와 '평촌푸르지오센트럴파크' 두 곳에 총 12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결정을 통보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업장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땅을 팔아 현금화한 결과 지난해 DS네트웍스가 보유한 건설용지는 6305억원으로 전년(1조413억원) 대비 39.5% 감소했다. 갖고 있는 땅값이 산 가격 아래로 떨어질 것에 대비해 장부상 가치를 회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설정하는 건설용지 평가충당금은 875억원이다. 설정금액이 아예 없던 2023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분양 사업장도 완판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말 기준 고양향동 지식산업센터 분양률은 43.5%, 대구 감상동 주상복합은 51.2%다. 줄어든 인허가와 착공 물량, 보수적으로 돌아선 분양 수요자 심리를 고려할 때 당분간 보릿고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시행사 등록 급감·폐업 급증…사업 지속 '빨간불' 켜졌다
DS네트웍스가 휘청이며 시행업계에도 줄도산 우려가 드리웠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개발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업체는 59곳으로, 지난해 1년 동안 171곳이 등록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친 수치다. 404곳에 달했던 2022년에 비하면 29.2%에 그친다.
폐업 신고는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해에만 368곳이 문을 닫더니 올 상반기에는 11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 부동산 시행사 수는 2408개로 전년(2657개) 대비 9.4%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데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수요까지 주춤한 상황이라서다.
실제로 지난해 주요 시행사는 대부분 영업이익 하락세를 직면했다. 활발한 분양을 펼쳤던 엠디엠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3113억원으로 전년 (8815억원) 대비 64.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0%(4721억원→1227억원) 떨어졌다. 저조한 분양실적이 전체 이익 감소의 원인이 됐다. 2023년 8800억원이던 분양수익은 지난해 3099억원으로 64.8% 내려왔다.
인천에서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 다수를 개발하고 있는 DK아시아 또한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21억원으로 5270억원을 기록한 2023년 대비 99% 이상 줄었다. 분양 물량이 적어진 탓이다.
공사비만 약 4조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공장부지 지식산업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창개발은 지난해 2000만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손실은 499억원에 달했다. CJ공장부지 사업이 미뤄지면서 당기순손실이 2100억원까지 발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박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에 대한 우려와 금리 인하의 기대감 등으로 인근 집값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한 사업장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무한히 분양가를 낮추기도 어렵다 보니 시장 기대를 충족하거나 분양 경기의 회복을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금융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현 시행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행사는 총사업비 대비 3% 수준의 적은 자기자본을 투입한 뒤 시공사(건설사)의 보증에 의존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비 급등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충격이 발생하면 시행사가 무너질 뿐 아니라 보증을 해준 시공사와 대출을 공급한 금융기관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3~2025년 추진된 전국 약 800개 PF 사업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20%로 높아지면 총사업비가 평균 7.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F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분양률도 약 13%p 감소한다. 황순주 KDI 금융혁신연구팀장은 "향후 PF 사업의 자본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사업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