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전체 27개 회원국 중 프랑스를 비롯한 7개국이 올 들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EU와 유럽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침략 비용'이라고 비난하며 러시아산(産) 석유·가스 수입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에선 값싼 러시아 에너지를 아직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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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이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독립연구기관인 에너지 및 청정 공기 연구센터(CRE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EU 회원국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은 114억 유로(약 18조7500억원)에 달했다.
특히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원국이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반대를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는 22억(약 3조3000억원) 유로 어치를 수입했다. 작년보다 40% 증가했다. 또 네덜란드도 작년보다 72% 급증한 4억9800만 유로 어치를 들여왔다.
이들 국가 이외에 헝가리(11%)와 벨기에(3%), 크로아티아(55%), 루마니아(57%), 포르투갈(167%) 등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CREA의 EU-러시아 전문가 바이바브 라구나단은 "러시아 에너지 구입은 말그대로 '(유럽의) 자기 파괴 행위'"라며 "크렘린(러시아)은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전쟁을 할 수 있는 자금을 (EU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러시아는 유럽의 가장 큰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지난 2021년 EU는 러시아에서 총 1330억 유로(약 218조8000억원) 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90% 가까이 줄였지만 이미 체결된 장기계약 등 때문에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친러 국가들은 러시아 석유·천연가스가 없으면 자국 내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EU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 두 나라의 1~8월 러시아 에너지 수입액은 50억 유로에 달했다.
로이터 통신은 "CREA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EU가 수입한 러시아 에너지는 총 2130억 유로 이상"이라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EU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라고 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키엘세계경제연구소(IfW Kiel)는 "EU가 지금까지 우크라니아에 무기와 인도적 지원 등으로 모두 1670억 유로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무역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Kpler)의 가스 연구 수석 분석가인 로널드 핀토는 "EU가 러시아 LNG 금지라는 확실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 한 기업들은 계약 위반으로 벌금을 물게 될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러시아 LNG를 구매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이며 이들은 대부분 장기 계약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러시아산 LNG에 대한 완전 퇴출 조치를 기존 일정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27년 초까지 완료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지난 6월 "2028년 1월 1일부터 러시아의 모든 천연가스와 LNG 수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