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과 VIX, 5거래일 연속 동반 상승...1996년 이후 첫 사례
미·중 갈등에 신용시장 불안까지 겹친 탓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여름 비교적 조용했던 뉴욕증시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 재점화 우려 속에 다시 요동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VIX는 장중 한때 22.76까지 오르며 지난 5월 23일(25.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부 상승폭을 반납했지만, 지수는 여전히 20선 위에서 마감했다.
VIX는 S&P 500 옵션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되며, 시장의 향후 변동성 기대를 나타내는 심리 지수다. 장기 평균이 20 아래에 머무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수준은 시장 불안이 본격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VIX 급등을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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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통신] |
모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크레이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실제 주식 대신 콜옵션을 활용해 상승에 베팅하거나, 풋옵션을 매수해 일종의 포트폴리오 보험을 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사상 최고 수준 랠리 이후 여러 위험 요인을 의식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여름 내내 주가는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지난주 S&P 500의 3개월 실현변동성(Realized Volatility) 은 202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S&P 500과 VIX가 동시에 5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두 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한 현상은 1996년 이후 처음 나타난 패턴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 평온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리틀하버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크 톰슨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불씨는 이미 쌓여 있었고, 단지 점화할 스파크만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최근의 매도세를 미·중 무역 긴장 재점화와 연결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해 100% 관세 부과를 경고했으며, 중국은 한국 해운사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세 공방이 반복되는 '패턴'이라며, 실제 시장을 흔드는 근본적 위험은 신용시장 불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부실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Tricolor)에 대한 대출에서 손실을 본 뒤 '신용 문제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오랜 기간 신용시장이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었지만, 이제 그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블랙록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펀드인 포인트 보니타 캐피털에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First Brands Group)의 파산으로 큰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장중 상승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0.2%, 0.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만 0.44% 상승했고, 러셀2000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월가 전문가들은 VIX 급등이 단순히 무역 갈등 때문만이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행동을 반영한 것이라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