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민관 외교전 총력
'스타게이트' 협력 본격화 전망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한미 관세 협상 막판 국면에서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을 받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한다. 회동 장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진 마러라고 리조트다. 관세 협상 지원과 함께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스타게이트' 협력 논의가 예정돼 있어, 경제·기술·외교가 맞물린 다층 외교전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한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주축인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전날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TED)'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이동했다. 최 회장과 구 회장은 각각 국내에서 출발했다.
◆ 핵심 의제는 'AI 인프라 동맹'…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이번 초청은 손 회장이 주도하는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손 회장은 오픈AI와 오라클 등과 함께 미국 전역에 대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 주요 그룹을 전략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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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뉴스핌DB] |
이번 행사는 골프 전설 개리 플레이어의 90세 생일 축하 명목으로 열리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AI 투자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7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17~19일 마러라고를 방문해 기업인들과 골프 라운딩에 나설 예정이다.
◆ 트럼프와 총수들 '골프 외교' 가능성 주목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총수들 간의 개별 면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기업들의 위상과 향후 협력 필요성을 고려할 때 비공식 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투자 발표 무대로 활용돼 왔다. 손 회장 역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500억 달러, 지난해 12월 재선 이후 1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부동산 개발업체 다막(DAMAC)과 엔비디아가 이곳에서 각각 200억 달러,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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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방미는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을 앞둔 시점과 맞물려 있다. 한국 정부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워싱턴DC에서 후속 협상을 진행 중이며, 총수들은 미국 내 투자 의지를 강조하며 외교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이견이 10일 내 해소될 것"이라며 투자 협력 구조에 대한 양국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 주최 행사라는 점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력 구체안이나 투자 구조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논의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