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AI로 무게중심 이동
서버·네트워킹 매출 69% 급증
AI 서버 시장 연 39% 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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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IT 하드웨어 업체 델 테크놀로지스(DELL)가 인공지능(AI) 테마의 숨은 진주라는 주장이 나왔다.
PC와 노트북을 만들던 '아버지 세대'의 기업이 아니라 AI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서버를 공급하며 고성장 IT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앞으로 데이터센터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델 테크놀로지스가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의 PC 사업 부문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하며 전반적인 실적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서버를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사업 부문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월가는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델 테크놀로지스가 투자자들 사이에 여전히 구세대 IT 섹터의 저성장 종목으로 취급 받는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알아차린 투자자가 많지 않고,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된 틈을 기회 삼아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고수익률을 안겨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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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 테크놀로지스의 서버 [사진=업체 제공] |
델 테크놀로지스의 변신을 이끄는 핵심은 AI다. 업체의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은 PC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담당하는데 2분기 매출액이 168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4% 급증했다.
특히 서버와 네트워킹 부문의 매출액이 69% 치솟았다. 경영진과 시장 전문가들은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대폭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들은 이미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AI 서버에 지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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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 테크놀로지스 [사진=블룸버그] |
2030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85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수 년간 연평균 39%에 달하는 고성장이 예고된 셈이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8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엔터프라이즈(기업용) 부문 매출이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월가는 해당 사업 부문의 외형 성장이 이제 시작 단계라고 주장한다.
업체의 대표적인 고객으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가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업체는 델 테크놀로지스의 서버를 50억달러 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2026년부터 본격적인 AI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업체는 이미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AI 데이터 플랫폼의 주요 기능을 크게 향상시킨 것.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업체는 델 파워스케일(Dell PowerScale)과 델 오브젝트스케일(Dell ObjectScale) 등 자사 스토리지 엔진의 성능과 확장성을 대폭 강화했다.
두 제품은 고성능 AI 워크로드를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 아울러 데이터 엔진 기능 강화를 위해 엔비디아(NVDA)와 엘라스틱(ESTC), 스타버스트 등 주요 업체들과 협력을 확장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파워스케일 F710 스토리지 솔루션은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 인증을 획득했고,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랙 공간이 최대 5배 작고, 네트워크 스위치 수는 88% 적고, 전력 소비량은 최대 72%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가진 플랫폼이라고 자신하는 오브젝트스케일은 기존 제품군에 비해 최대 8배 빠른 속도를 달성했다.
업체는 엘라스틱과 공동 개발한 신형 데이터 검색 엔진(Data Search Engine)을 공개했는데 이는 자연어로 데이터를 검색하도록 설계됐다.
스타버스트와 협력을 통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엔진(Data Analytic Engine)은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가로지르며 매끄러운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델 AI 데이터 플랫폼은 데이터를 단순하하고, 파이프라인을 통합하며, 규모에 맞는 AI 준비 데이터(AI-ready data)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고 업체는 설명한다.
이번 제품 혁신은 기업들이 기존 데이터를 AI 응용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데이터 사일로, 성능 병목, 보안 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
데이터 사일로(data silo)는 서로 다른 부서나 시스템 간에 데이터가 단절돼 공유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 데이터 전반에 걸친 통합적 분석이나 AI 학습이 어려워지고 부서간 협업이나 조직 전반의 의사 결정도 느려진다.
성능 병목(performance bottleneck)은 시스템의 일부 구성 요소가 전체 성능을 제한하거나 데이터 흐름의 병목 지점이 돼 전체 처리 속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뜻한다. 가령, 서버에서는 CPU(중앙처리장치)가 빠르더라도 디스크 입출력이 느린 경우 병목이 발생하고, 네트워크에서는 대역폭이 좁거나 지연(latency)이 큰 구간이 병목으로 작용한다. 데이터 플랫폼에서도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요청을 보낼 때 특정 쿼리 처리 엔진이 느린 경우 전체적으로 응답이 늦어진다.
이 같은 굵직한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업체가 새롭게 개발한 제품들은 2026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AI 이외에도 델 테크놀로지스는 서비스 부문으로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이다.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서비스 사업은 엔지니어링 컨설팅과 금융 서비스(DFS)까지 포괄하는 통합 모델이다.
고객이 서버 교체나 신제품을 구매할 때 자금 부담이 큰 경우 업체의 금융 서비스 부문이 지원을 제공한다. 잠재 고객을 붙잡는 동시에 수수료와 이자 등 IT 이외 수익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인수합병(M&A)도 업체의 성장 지렛대로 거론된다. 업체는 8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연간 70억달러 가량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중형 서버 제조업체나 대기업 데이터센터 일부를 인수할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 점쳐진다. 부채가 200억달러에 이르지만 투자은행(IB) 업계는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의 자금 조달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PC 사업 부문의 최근 몇 분기 동안 시장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내년부터 AI 성능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주기에 힘입어 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은 전체 매출액이 2026년 1166억달러를 기록해 9%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한편 영업이익 예상치를 94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AI 서버 부문의 높은 마진이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