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발언, 장기물에 우호적 신호…수익률곡선 평탄화
10년물 입찰 부진·고용 부진,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확대
엔화, 일본 금리 정책 불확실성 우려로 9개월 만에 최저치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향후 몇 분기 동안 국채 발행 규모를 동결할 것이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발언에 주목하며 12일(현지시간)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다. 지속되는 노동시장 약세 우려 역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며 국채 매수세를 뒷받침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5bp(0.05%포인트) 하락한 4.059%를 기록했다. 30년물 수익률은 4.7bp 내린 4.655%로 떨어졌다.
다만 이날 진행된 미 10년물 국채 입찰이 다소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국채 일부 매도가 발생해 수익률 하락 폭이 일시적으로 줄었다.
연준의 금리 정책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수익률은 3.1bp 내린 3.559%를 기록했다.
◆ 베선트 美재무 "수개월 간 국채 발행 규모 동결"
베선트 장관은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미국 국채시장 콘퍼런스'에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이자 지급이 있는 국채의 발행 규모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며, 국채 가격 상승(수익률 하락)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규제 완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SLR은 은행이 자산의 위험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 자본을 보유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로,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미 국채 보유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왔다.
연준은 2020년 3월, 국채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SLR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으나, 1년 뒤 이를 종료했다. SLR을 다시 완화하면, 은행이 자본을 추가로 묶지 않고도 국채 같은 무위험 자산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게 되어, 은행의 대차대조표상 여유가 생기게 된다.
시카고의 FHN파이낸셜 매크로 전략가 윌 컴퍼놀은 "베선트 장관이 새로운 내용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이 국채시장 전반에 낙관적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특히 장기물 수익률이 최근 범위의 하단으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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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 고용시장 약세도 국채 금리 낮춰
이날 베선트 발언 외에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는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ADP가 전날 발표한 주간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10월 25일까지 4주 동안 민간 고용주들이 주당 평균 1만1,250명을 감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 국채시장이 재향군인의 날 휴일로 전날 휴장했던 탓에, 투자자들은 이날 처음으로 해당 고용지표를 반영했다.
이날 미 국채시장의 수익률곡선은 다소 평탄화됐다.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는 이틀 전 52.3bp에서 이날 50.1bp로 좁혀졌다. 이는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강세 평탄화' 양상으로, 통상적으로 리스크 회피 심리나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반영한다.
◆ 10년물 국채 입찰 부진
미 재무부는 이날 4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10년물 국채를 발행했지만, 입찰 수요는 다소 미흡했다. 입찰 수익률은 4.074%로, 마감 직전 시장 예상치보다 다소 높게 형성되어 투자자들이 약간의 프리미엄(추가 수익)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43배로, 지난달(2.48배)보다 낮았고, 외국 투자자를 포함하는 간접응찰자 비율은 67.0%로 전달의 66.8%보다 소폭 높았지만, 최근 평균치(70.1%)에는 못 미쳤다.
◆ 정부 재개 여파 가늠하며 달러 혼조…엔화 9개월래 최저
미국 정부의 재개 움직임 속에서 트레이더들이 정부 재개 후 쏟아질 경제지표가 연준 금리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하면서 달러화는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는 새로 출범한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달러 대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하원은 이날 사상 최장기 셧다운을 끝내기 위한 임시 예산안에 표결할 예정으로, 이 법안은 중단된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며, 마비된 항공관제 시스템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재개되면 셧다운으로 인해 지연됐던 각종 경제지표가 한꺼번에 발표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월간 고용보고서도 포함된다.
달러 가치를 주요 6개 통화 대비로 측정한 달러지수는 0.05% 상승한 99.50, 유로화는 0.04% 오른 1.1585달러를 기록했다.
달러는 엔화 대비로는 0.33% 오른 154.66엔을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155.04엔까지 상승해 2월 4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자신의 내각은 낮은 금리를 선호하며, 일본은행(BOJ)과 긴밀히 협력하길 원한다"고 밝히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스코샤은행의 외환 전략가 에릭 테오레 "BOJ가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여전히 예상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시점이 1월 회의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크레딧 글로벌 외환 전략가 로베르토 미알리치는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에서는 155엔대가 달러/엔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실제로 그 수준이 방어되는지를 시험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엔화 약세는 BOJ가 오는 12월 19일 회의에서 긴축을 재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