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기밀 유출 업체에 수의계약은 이상"…업계 "정치개입 논란"
방사청, 복수낙찰제 카드로 해법 모색…군 "결정 뒤 후폭풍 불가피"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방위사업청이 오는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추진 방식을 확정한다. 수년째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사이에서 논란을 거듭해온 가운데, 최근 부상한 '복수낙찰제'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방추위는 지난 18일로 예정됐으나, 국방부·방사청의 주요 업무보고 일정으로 연기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최종 의결될 전망이다. KDDX는 2030년까지 이지스급 전투체계를 갖춘 6척의 차세대 구축함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해군 핵심 전력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간 논의된 추진 방식은 ▲수의계약 ▲공동설계 ▲경쟁입찰 등 세 가지였다. 통상 군 함정 사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계약으로 이어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KDDX의 경우,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강하게 요구하며 사업이 수년째 멈춰 있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KDDX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점을 들어 경쟁입찰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22~2023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본설계까지 마친 HD현대중공업이 결국 수의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5일 충남 천안 타운홀미팅에서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는 건 이상한 일"이라며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점검을 지시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사업 방향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사업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DDX는 단일 사업비가 7조원이 넘는 대형 국책 방산사업인데, 대통령의 발언 하나가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려다 자칫 정치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무기체계 획득사업에서의 '복수낙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복수낙찰제는 경쟁입찰에서 둘 이상의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국내 입찰제도에 이미 규정은 있으나 방산 분야에서는 적용 사례가 없다.
이 청장은 "대부분 체계사업은 2개 기업이 경쟁하는데, 과도한 경쟁이 오히려 국익이나 성능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며 "복수 낙찰로 경쟁과 조정을 병행하는 모델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복수낙찰제도 담합 또는 경쟁 배제의 위험이 있다"며 세부 검토를 주문했다.
방사청은 공동설계안의 담합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 5일 질의했으나, 공정위는 15일 유권해석을 통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담합 여부를 판정할 수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동설계보다 제도적 명분이 뚜렷한 '복수낙찰제'가 유력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방추위 결정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을 예상한다. 한 군 관계자는 "불리한 결정을 받은 업체가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수의계약이 무산되면 이미 지연된 전력화 일정이 더 미뤄질 것"이라며 "향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