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개선 속도, 제재 강화 논의
금융권 경영위축 우려, 자발적 대안 요구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개선도 추진할 전망이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경영진(CEO) 내부통제 책임을 명시한 책무구조도의 취지가 현장에서는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고 시 은행장이나 그룹회장 등에 대한 제재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CEO 연임이나 차기 회장 후보군 선정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이찬진 금감원장의 중점 추진 과제다. 지난 1일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TF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 원장은 10일 개최한 8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및 은행연합회장 간담회에서도 개선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핵심은 이사회 개편이다. 은행장 및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을 쥐고 있는 이사회가 현 회장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일부에서 이사회 구성 등에서 균형이 없다고 생각되는 의문들이 많다. 왜 그럴까라고 하고 보면, 연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많고 그것이 과도하게 작동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TF에서는 지배구조와 함께 책무구조도 개선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됐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표이사(CEO)가 책무구조도 상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총괄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역시 지난 21일 공개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에서 '대표이사가 총괄 관리의무를 임원에게 위임하면서 내부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거나, 자신의 의무 중 일부 항목을 인원 책무기술서에 기재해 그 책임이 임원에게 전가될 소지가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총괄의무를 CEO에게 부여해 금융사고를 적극적으로 예방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그 의무와 책임이 희석된다면 도입 취지가 퇴색된다. 이는 책무구조도 도입 직후부터 제기된 문제이기도 하다.
면책조항에 대한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책무구조에는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점이 입증되면 제재를 감면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감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크다.
이 같은 흐름에 금융권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책무구조도 상 CEO 총괄의무 및 책임범위가 명확해지면 금융사고 발생시 경영진 제재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책무구조도 상 경영진 제재가 이뤄지면 차후 인사에서 은행장 또는 그룹회장의 연임이 제한되거나 은행장의 그룹회장 후보 선정 등에 '패널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깊게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금융사고로 은행장이나 그룹회장이 징계를 받는다면, 그 수위와 상관없이 연임이나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경영진 책임을 묻는 건 경영상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는 이미 수차례 전달했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