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러시아가 대만 유사시 중국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라며, 유사시 러시아는 중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근거로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을 들었다. 이 조약은 2001년 체결돼 2021년 연장됐으며, 정치·경제·안보 전반에서의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조약에는 '국가 통일과 영토 보전 문제에 대한 상호 지지'라는 기본 원칙이 명시돼 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러시아는 조약을 통해 대만을 '중국의 불가분의 일부'로 인정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을 내놨다.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러 더욱 밀착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과 대립 중인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속에서 외교·경제적 돌파구로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대만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압박 국면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양국은 공식적으로는 군사 동맹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외교 현안에서는 사실상 공조 수준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이번 발언 역시 미일 중심의 대중 견제 구도에 맞서 중러가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일본 지도부 군사화 가속" 경고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본을 향한 경고도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안보 정책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일본 지도부가 군사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안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일 동맹 강화와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논의가 중러에는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대만 유사시를 상정한 미일 안보 협력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본까지 공개적으로 견제하며 동북아 안보 갈등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미중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방어 능력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러시아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구도 속에서 중국 편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향후 대만 해협을 둘러싼 외교·군사적 긴장이 동북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러의 밀착, 미일의 대응 강화라는 대립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외교·안보적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