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30일 열린 국회 '쿠팡 청문회'에 또다시 불출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 연합이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134개 단체와 정당, 개인으로 구성된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암참의 보호 아래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이 암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까닭은 암참이 쿠팡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암참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가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미국 시민권자인데 국회에서 불러도 되느냐'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며 국회를 압박했다. 쿠팡은 암참 주요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 기업으로, 당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상 협박성 문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쿠팡은 국내에서 규제 논의나 노동 환경 등 문제가 터질 때마다 미국 기업임을 앞세우고 미국 정부 로비를 통해 빠져나간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한국 정부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쿠팡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를 밝히자 미국 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미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 후 약 5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 1075만 달러(약 156억 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하고,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를 기부했다.

쿠팡은 전날 1인당 5만원의 쿠폰 지급 보상안을 밝히며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5000원~1만원 사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오히려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도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청문회에 재차 불출석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민사회계에서는 미국기업이라는 사실을 면피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재차 제기됐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쿠팡은 자영업자들을 짜내 덩치를 키우고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미국기업이라는 방패 뒤로 비겁하게 숨는다"며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게 '쿠팡 압박을 금지하라'는 협박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한국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고 한국 중소상공인들을 착취하는 것이 암참에서 말하는 기업 활동이냐"며 "미국 기업은 한국의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짓밟아도 되는 면죄부를 받았냐"고 반문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인 정동원 공공운수노조 쿠팡 물류센터 지회장은 "올해만 세 번째 쿠팡 청문회가 열렸는데 김범석 의장은 매번 불출석한다"며 "김범석 의장은 미국 뒤에 숨지 말고 대한민국 국민과 노동자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암참은 회원사라는 이유로 쿠팡의 반사회적 행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해서는 안 된다"며 "암참은 쿠팡과 김범석 의장에게 한국 사회 앞에서의 공개적인 설명과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hogiz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