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한국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제조업 부흥 구상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위험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구조, 이주노동 의존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한국 조선업은 빠른 생산성과 높은 효율성으로 미국이 주목하는 산업이지만,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의 외국인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산업재해 위험도도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블룸버그는 "조선업은 매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표적 고위험 산업으로, 한국인 숙련 인력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4300~4400명 정도 들어와 있고 임금은 월 220만 원 수준"이라며 "숙련공으로 성장해 중간 기술자로 이어져야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1년 일하다 돌아가고 다시 같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값싼 해외 노동 의존 구조로는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의미다.
국제노동기구(ILO)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근로자 10만 명당 약 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3명)보다 높다. 특히 조선업의 2024년 사망률은 전체 평균의 4배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위험도가 높은 작업이 하청·파견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생산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업계는 외국인 인력 비중을 확대해 왔다. 2025년 4월 기준 조선소 취업 비자의 외국인 노동자는 2만3천 명을 넘어섰고, 일부 숙련 직종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최대 30%까지 허용됐다. 이는 국내 산업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현장 안전 문제와 노동권 제약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노동자 아슬람 하산 씨는 고압 장비 사고로 시력을 크게 잃었고, 계약 기간 동안 직장 이동이 제한되는 비자 제도 탓에 부당한 조건에서도 일을 그만두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당시 하청업자로 일하던 하산 씨는 부상 후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에 "이주 노동자 비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판 노예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 같다"면서 "계약 기간 동안에는 부당한 조건이라도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조선업 고용의 약 63%가 하청·비정규 인력으로, 전체 산업 평균(약 16%)보다 크게 높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구조가 한국 조선 모델을 미국에 적용하려는 '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MASGA)' 구상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노동 규제와 인권 기준이 엄격한 미국에서 동일한 방식의 인력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노동권을 외면한 산업 구조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 인권 기준과 국내 노동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출과 글로벌 신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