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스티븐 코엔(Steven Cohern)이 "헤지펀드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절은 지난 듯 하다"고 주장했다.나아가 그는 "다수 헤지펀드가 같은 종목에 대규모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매물이 터지면 과연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된다"고 경고했다.지난 6월12일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스타로 군림하는 스티븐 코엔의 SAC캐피털 어드바이저스는 하루 만에 총자산의 1.5%인 1억5,000만달러를 잃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1면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이 발생된 배경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헤지펀드 업계의 여건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코엔은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기록할 때에도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면서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줄리안 로버트슨 주니어(Julian Robertson Jr.) 등과 같은 막강한 업계 최강자를 밀어내고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소로스 등이 거시적인 변화를 파악해 장기간 한 방향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전설을 일군 반면, 코엔은 주가가 심각한 미스로 판명되면 공격적으로 달려든 뒤 그 방향이 올바른 것으로 판명될 경우 빠르게 차익실현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현재 미국증시 일일 거래량 중에서 SAC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이며, 이들이 연간 지불하는 매매수수료만해도 4억달러에 이르는 월가의 최대 고객이다.그러나 코엔은 이제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절은 갔으며, 자신은 좀 더 큰 포지션으로 좀 더 장기간 종목들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이런 변화 때문에 "큰 투자수익률을 기록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코엔은 말했다.더구나 그는 주식시장이 더이상 투자자들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시절이 도래했다며, 낮은 금리와 낮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강력한 기업수익 호전에 따른 호시절도 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이상 손쉽게 종목을 선정하는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다.특히 그는 헤지펀드가 너무 크게 성장해 같은 증시와 같은 종목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급격한 주가하락으로 헤지펀드 업계가 붕괴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원래 기관 및 부자들을 대상으로 형성되던 헤지펀드는 이제 자산규모가 5년전의 두 배인 1.2조달러에 달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5년 업계 평균 투자수익률은 9.3%로 이전 10년간 기록한 평균인 11.4%를 크게 밑돌았다.코엔이 1992년 설립한 SAC펀드는 연평균 43.5%의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지금 SAC는 무려 600명이 넘는 인력을 채용하고 있고, 매일 255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분석가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코엔 자신의 매매에서 전체 수익의 15%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물론 부하직원들은 그에게 매일 산더미 같은 투자아이디어와 정보를 전달해 주며, 그는 이 정보를 분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의 데스크 앞에는 모든 정보가 흘러가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8개 버티고 있다.코엔의 자리에는 비디오 카메라와 마이크가 놓여있어 부하직원들은 그의 옆에 없더라도 그의 행동이나 지시를 늘 지켜보고 있다. 그의 빈정대는 말투는 "스티비즘"으로 통하고 딜러들은 그의 투자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상황이 좋지 않으면 하루 종일 그가 어떤 지시를 내릴지 기다리곤 한다고.코엔의 SAC가 투자방식을 변경한 것은 구글(Google)과 아르셀로(Arcelor)에 대한 투자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구글의 수익이 월가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믿음하에 2004년 말부터 구글에 대한 투자를 개시해 막대한 포지션을 구축했고, 여기서만 1억달러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올해 1월 SAC는 아르셀로의 인수가능성을 노리고 ADR에 투자하기 시작, 7월 7일 미탈과의 합병 발표 시점에서 7,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이처럼 코엔은 어떤 종목의 보유기간을 6개월 내지 12개월 정도로 늘렸는데, 이는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자들에게는 별로 긴 투자기간이 아니지만 헤지펀드 업계가 지난 수년간 기준으로 생각해 온 보유기간인 '몇 주' 와 비교하면 매우 큰 변화라고 한다.이런 전략의 변화는 강력한 수준을 아니지만 상당한 보상으로 이어졌다 2003년 SAC의 주력펀드는 18.1%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당시 헤지펀드 평균투자수익률 19.6%에 미달했다. 하지만 2004년에는 22.9%의 수익률로 업계평균 9%를 두 배 이상 격차로 따돌렸고, 2005년에도 18% 수익륙을 기록해 역시 업계평균 9.3%의 두 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올해들어서 SAC는 6월12일 하루만에 1억5,000만달러를 날리기는 했어도 8월말까지 18% 수익률을 기록해 업계평균 7%의 2.5배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코엔은 이렇게 투자기간과 포지션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이전에 비해 낮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WSJ는 전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 해 투자자들에게 앞으로는 연간 10~15%의 수익률 밖에 기대하지 말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이런 전략의 변화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코엔이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종목에는 다른 헤지펀드들 역시 동일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등장했다.SAC가 8월 현재 가장 많은 포지션을 구축한 타임워너(Time Warner)에는 79개 헤지펀드들이 역시 포지션을 구축했고, 그 다음 많은 보유비중을 가진 에너지업체 마이런트(Mirant)에는 무려 97개 헤지펀드가 투자하는 중이다.코엔은 이들 펀드가 동시에 매도하기 시작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지난 수년간 자신들의 전략이 거둔 성과를 다른 펀드가 흉내냄에 따라 더이상은 큰 성과를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다만 그는 앞으로도 주가가 큰 폭 하락할 것이란 확신이 커지고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따라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코엔은 "헤지펀드의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며, "게임방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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