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기자] 내년 2011년 증시가 지난 2년간의 상승세를 이어가 2000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논거들을 근거로 이같은 전망을 내놓는다. 이들 가운데 논쟁이 되거나, 투자자들이 기억해야할 것 3가지를 뽑았다.
# 이슈 1. 유동성 파티와 리레이팅
긍정적인 전망에 가장 많은 근거로 제시된 단어가 '리레이팅(rerating 재평가)'이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전년말에 비해 약 20% 가량 상승, 2000선 직전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밑돌고 있다.
이에 내년 증시는 강세장의 평균 PER이었던 11~12배 내외까지 재평가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코스피지수로 따지면 2400선 가량이 된다.
리레이팅 주장의 근거는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를 통한 달러 유동성 증대 ▲ 아시아 경기모멘텀의 턴어라운드 ▲ 미국 경기연착륙 기대 ▲ 국내 시중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이다. 간단히 말하면 올해도 그랬듯이 '돈의 힘'과 경기 회복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전세계나 한국 모두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이익의 개선 보다 주가의 상승 속도가 빨라 PER이 상승했던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었다"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경기 모멘텀이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밸류에이션 상승이 필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또한 "미국은 재정적자 문제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도 저금리 유지가 불가피하다"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올해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이어 "한국은행 또한 3차례 정도의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지만 시장금리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시장 안정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유동성 파티'와 '리레이팅'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도 있다. 무엇보다도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회복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 복병이다.
인플레이션이 우려가 커지면 통화정책 당국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뛰어오르면 주식시장 하락으로 이어진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내년은 지난 2004년에 비해서 선진국의 펀더멘털이 약하고, 유동성은 훨씬 많이 풀린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 조정은 폭은 2005~2006년도 보다 클 것"이라며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3% 후반에 진입할 경우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비용견인 인플레를 악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리레이팅'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들의 이익 성장폭은 둔화될 것이라는 말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년 국내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증가율은 올해 58%에서 1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동성 파티'를 즐기되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에도 항시 경계해야한다는 보수적인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다.
# 이슈 2. 미국 유럽의 위기 끝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위기 극복을 위해 유례없는 정책이 펼쳐졌다. 그 결과 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했고, 금융기관도 파산의 고비를 넘겼다. 물론 주식시장은 위기 이전 지수를 웃돌고 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비상시스템은 여전히 가동중이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에 이어 3차 양적완화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개진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상반기 리스크의 재부각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내년에 집중적으로 도래하고, 미국 금융기관들의 주택압류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 부실도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1월 중순쯤 발표될 예정"며 "금융위기 직후 허술하게 처리됐던 문제들이 부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규 고용 → 설비 가동률 상승 → 매출 증가 → 신규 고용'의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여력이 없다는 것.
미국의 경우 S&P500 기업 중 추정치가 존재하는 3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CAPEX) 전망을 조사한 결과, 2011년과 2012년의 투자 예상금액은 올해와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다.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고용 악화 → 소비 위축 → 경기 둔화의 악순환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
# 이슈 3. 질적으로 달라진 지정학적 리스크
지난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폭격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새삼 부각시켰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의 1, 2차 연평해전이 군인끼리의 해상 교전이었다. 반면 이번 연평도 폭격은 민간인이 피해를 입은 육지에 대한 공격이어서 질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으로 유지되던 남북관계가 긴장과 대결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증시에서 북한의 핵실험이나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 등은 일회성 이벤트로 치부됐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같은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연평도 폭격도 악영향이 단 하루만에 소멸됐다.
그렇지만 충돌이 재발한다면 앞선 경우와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군 당국이 교전수칙에 따른 대응에서 자위권 발동 수준으로 강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예상을 불러오고있다.
증권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부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는 변수"이기 때문이라는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남북한 군사대치 등 한반도 불안정성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 중 하나"라며 "국지전이 발생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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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