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기자] 세계 경제가 아직 위기에 따른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 상품가격이 랠리를 보이고 있어 당국자들이나 경제주체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지난해 7월 이래 28%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제상품 가격 상승세의 원인이 부분적으로는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세에 있다고 지적한다. 선진국은 수요 부진으로 인플레이션 위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국제상품 가격 상승세는 식량과 에너지 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 부분은 워낙 변동성이 커서 선진국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물가추세를 점검할 때 이 항목을 빼버리고 있다.
◆ 상품가격 상승에 노출된 경제주체들
하지만 원자재 비용 부담으로 위험해진 기업들이나 좀 더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가계에게는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되질 않는다. 기업들은 결국 원자재 비용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을 보다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공급관리협회(ISM)의 노버트 오어 서베이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제조업체들이 공세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ISM 제조업지수에 따르면 원자재에 대한 지불가격지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의 12월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월간으로 0.8%, 연간으로 3.8% 각각 급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월간 0.4%, 연간 1.3% 상승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PPI가 급등한다고 당장 미국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고용시장이 임금상승 압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를 쉽게 보아 넘기기 힘들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에서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지출 능력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유가 상승의 주된 이유는 신흥시장의 강한 수요, 특히 중국 및 여타 급성장하는 신흥시장 경제의 에너지 수요라고 본다"고 말했다.
◆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신흥국
이들 신흥국 대다수는 급격한 인플레 압력 상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연준과 달리 에너지와 식량가격을 물가 추세에서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식량은 미국과 달리 신흥시장 가계 예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종종 CPI 압력이 크게 상승하는 요인이 되곤한다.
이 가운데 국제 상품가격 상승세로 인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언제까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국 연준의 경우 긴축을 논할 정도로 인플레 압력이 높지는 않다.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오히려 상품가격 급등으로 민간 소비능력이 위축되어 경기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여타 신흥국들은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 조치를 취하고 있고, 올해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 등 제조업기지인 신흥국의 상품 가격 상승과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와 관련해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제전문가는 "중국이 지칠줄 모르는 노동력 공급원이 되면서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의 원천이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고용시장의 변화는 자체 성장모형, 생산, 소비 및 소득분배 뿐 아니라 나머지 세계경제의 물가, 금융자산가격 및 제조업 아웃소싱 모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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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