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의영 기자]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고 가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석유매매 시장을 개설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들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8차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올해 말 한국거래소에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2년 말까지 석유제품 선물시장 개설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방침을 전달 받은 거래소는 즉각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에 주식 거래에 이용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같은 거래 공간을 만들어 기름값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다만 일반 투자자는 거래할 수 없다. 일반 주식거래 등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시장에 들어오게 되면 투기 자본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정유사, 주유소 등 관계사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가 관련 업계로 제한된 상황에서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러한 경우 현재 장외시장에서 이뤄지는 협의대량거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석유제품 매매시장에 참여하는 업체에게는 법인세나 소득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석유 가격이 거래시장을 통해 투명성 있게 공개됨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형성시키겠다는 게 정부 측 의도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에 참여 가능한 정유사, 주유소 등 관련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가격결정 방식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준비하는데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올해 말 석유제품 현물시장 격인 전자상거래 제도가 구축되면 추진 경과를 지켜본 뒤 내년 선물시장 개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물시장 정비를 통해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한 뒤 선물시장을 개설해도 늦지 않다는 게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현실적으로 실효성 부분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정유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는 국내 정유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정부 대책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석유제품 가격을 낮추려고 일부러 유도하는 처사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돼 있어 정부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압력을 넣게 되면 정유사는 수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연일 고공 행진을 하는 상황 속에 마진 확보가 어려운 정유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석유 판매가격이 높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개설 후 석유제품 거래가 부진할 경우 수급 상황이 뒤틀려 매매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며 "시장 개설에 앞서 운영 전략 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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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황의영 기자 (ape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