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투자자들의 우상 워런 버핏이 자신의 '원맨쇼'인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문제가 된 자신의 전 후계자를 납골당에 안장했다.
버핏은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데이비드 소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전 대표에 대한 자체 감사결과 내부자 거래를 금지한 자사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히고 이 사건의 불법 여부에 관한 정부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콜은 올해 초 버크셔 해서웨이의 루브리졸 인수와 관련 자신이 버핏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 이 회사 주식을 미리 사들임으로써 300만달러 가량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자초지종은 대부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고 버핏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전문가들 뿐 아니라 시장 투자자들도 의심하고 있던 내용이었으나 이를 즉각 인정하지 않으므로써 사태를 덮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따라서 버핏이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재론한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신의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제스쳐로 관측되며, 적절한 언론 공개 타이밍을 노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버핏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뒤 사상 최초로 열린 벤 버냉키 의장의 정례 기자회견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시점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버크셔의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소콜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불완전한 정보만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를 가르치는 스테판 베인브리지 UCLA 법대교수는 "그들이 소콜을 버스 밑에 던져버렸다"고 평했다.
소콜은 버크셔가 윤활유 제조회사인 루브리졸을 90억 달러에 인수하기에 앞서 지난 1월 주당 105.44 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루브리졸의 주가는 버핏의 인수결정이 전해진 지난 3월 14일에는 주당 135달러까지 상승했고 소콜은 이를 통해 300만 달러의 평가익을 챙겼다.
버크셔의 자체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버핏은 이같은 사실을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지난달 30일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특별 서한에서 소콜의 사퇴와 관련 자신은 "아무것도 숨긴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는 이미 설득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소콜도 자신이 루브리졸 지분을 매입할 당시에는 버크셔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루브리졸의 공시를 통해 소콜이 지분을 매입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17일 씨티그룹과 버크셔의 인수 정보를 전달받고 이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드러난 사실만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본다면 소콜은 지난 1월 5일에서 7일 사이 이뤄진 자신의 루브리졸 지분 매입과 관련해 버핏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버핏도 이를 주의깊게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버핏의 서한 내용 등을 분석해 보면 소콜은 올해 1월 14일 또는 15일 경에 버핏에게 루브리졸을 처음 추천한 것으로 돼 있으나 정확한 사실은 마사지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콜은 당시 보고에서 자신의 지분 보유여부에 대해 지나가듯 흘렸으며, 당시 버핏도 소콜의 매수 시점이나 지분 규모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부주의하게 넘어갔을 수 있지만 이는 기업 윤리의 ABC를 망각한 것이다.
버크셔 내부 감사위원회 측은 소콜의 거래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행위라는 자체 판단에 따라 규제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에 관련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 버핏 자신은 무혐의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또 한번 이미지에 타격을 겪게 될 전망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의 고향인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달 말 열리는 주총은 매년 전세계 유명인사와 펀드매니저, 개인투자자들 수만명이 운집하는 축제의 장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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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