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해 연말까지 급락세를 보이던 미국 지방채 시장이 올해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카산드라'는 여전하다.
월가 유력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는 8일(현지시간) CNBC "60분"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 지방채 시장의 디폴트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휘트니는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지방채 시장의 위기를 경고해왔으나, 월가의 다른 주요 채권 전문가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날 대담에서 채권 디폴트 사태가 하루 밤 사이에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비관적인 전망을 고수했다.
"지방채 시장 문제가 올해 터질 것이냐는 것이 투자자들의 관심인지는 모르지만 이는 확실치 않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문제의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이라고 휘트니는 강조했다.
월가 투자은행 소속 애널리스트에서 일약 자신의 이름을 딴 자문그룹의 대표가 된 휘트니는 이전에 자신이 주택가격의 '더블딥(이중 하락)'과 주 및 지방 정부의 대량 해고 등을 적중시켰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런 예측도 금방 현실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언제 정확하게 그런 시점을 예상하는 것이 관건은 아니었으며, 이번 지방채 시장에 대한 불길한 예언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방정부들은 단기적으로는 디폴트 사태를 회피할 수 있겠지만 결국 세수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는 채무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휘트니는 강조했다. "이것은 진행형인, 무절제한 재정지출로 인해 발생한 슬픈 현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휘트니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토크는 최근 주 정부의 세수가 느리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지방채 문제는 우려할 만큼 큰 위기 사태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리 문제가 심각해도 휘트니가 말하는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 사태보다 훨씬 작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로 휘트니는 올해 5월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대담에서 자신은 지방채 위기의 규모와 발생시점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한 바 없다고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문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리처드 번스틴도 이날 로이터 투자전망 서밋에서 "요즘은 지방채가 정크채처럼 좋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황이 됐다"면서도 휘트니의 주장에 대해서는 높이 사지 않았다.
도이체방크 산하 DWS 인베스트먼트는 보고서를 통해 휘트니의 예상은 "관객이 들어 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친 격"이라면서,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지방채 시장에서 일부 디폴트 사태가 있기는 하겠지만 큰 이슈가 될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휘트니는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지방 경제는 물론 미국 전체 경제가 큰 부담을 받을 것이며 이에 따라 또다른 경기의 '더블딥' 위험이 놓여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정부 세수는 더욱 위축되고 지방채 시장의 위기도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휘트니는 "지금 이 문제에 대해 경고하는 것이 나 혼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보고, 사람들이 날 공격해 온다고 해도 과거 경험을 통해 그런 일에 상당히 익숙하다"고 말했다.
2011년 들어 회복세 보이는 美 지방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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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