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요즘 여의도의 유일한 흥행 보증수표는 '헤지펀드'다.
증시가 변동성 국면으로 진입하자 여의도 업계를 통틀어 투자 성과는 '그냥 그런 수준'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일런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어디선가 '헤지펀드'라는 타이틀만 붙었다 하면 사람들이 우르르 하고 몰려들곤 한다.
분위기를 바꿔줄 새로운 무언가에 목말라 있는 지금, 헤지펀드는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이자 지금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 때문이다.
증권사들 중 일부는 이미 관련된 시스템 개발을 마쳤고 또다른 일부는 뒤늦게나마 TF팀을 꾸려 흐름을 쫓아가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다.
언론에서도 매일같이 '헤지펀드'를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프라임 브로커 시대라 하고 자산의 배분이 다양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변화를 이야기한다. 지켜보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정말 뭔가 오긴 오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 만하다.
하지만 실체를 잘 들여다보면 '신세계'를 대하는 태도 치고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절대수익형 상품, 롱숏·CTA전략 등 헤지펀드를 대표하는 다양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헤지시장의 현황, 어떤 투자자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점인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스티븐 코언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이끄는 헤지펀드 SAC캐피털이 한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로 차익을 챙긴 혐의로 한달여 전 헤지펀드 갤리언그룹의 라즈 라자라트남이 이같은 사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또 한번 월가를 긴장시킨 뉴스였다.
금융 선진국이라 꼽히는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한 매매라는 절대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지난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러시아 채권을 대거 매수하는 한편 미국채를 공매도하는 전략을 취했다가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10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한 전략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드러낸 것이다.
헤지펀드 시장이 임박한 여의도의 분위기를 보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감 만큼이나 초기 시장의 정착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해외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많은 헤지펀드 회사가 생기고 그 중 일부는 여전히 흡수 합병되는 과정을 겪으며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임을 체득하는 중이다. 어떤 시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헤지펀드 시장 역시 분명 양날의 칼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 '당부'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한편에는 금융당국이 적정한 수준의 제재를 통해 초기 시장의 안정성을 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올해 안에 시작하겠다"는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보면서 '언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떠올리게 된다.
운동 경기에서 필요한 룰을 정하고 그것을 선수들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해 관객들이 이해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다. 어떤 룰이 있고 왜 그런 장치를 했는지 알아가고 학습을 한 후에야 비로소 함께 즐기며 하나의 스포츠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먹는 밥이 더 체한다'는 옛속담이 있다.
'신세계'를 앞둔 지금, 조금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시장과 투자자 모두가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하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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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