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영국 기자] 14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이뤄진 인바이론(Environ)의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그리 반갑지 않을 손님 둘이 등장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의학전문의가 그 주인공.
백도명 원장은 지난 2009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PR(Photo Resister) 용액 성분 분석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나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책임자였고, 공유정옥씨는 산업의학전문의이자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활동가였다.
둘 다 삼성전자측의 초청을 받긴 했지만 반올림 측의 '강권'에 의한 것이었고, 당연히 이번 조사를 주관한 인바이론 측의 발표에 박수를 쳐줄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바이론의 발표 직후 이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결론과 주장만 있을 뿐 데이터가 없는 보고서"라며, "삼성이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때문인지, 그걸 대중에게 공개할 의향은 없는지 알고 싶다"고 요구했다.
공유정옥씨는 "낮은 농도지만 벤젠이 검출된 적이 있었고, 벤젠도 백혈병과 연관 있지 않은가"라며, "검출됐지만 무시할 만 하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아예 검출되지 않은 건지 솔직히 말해 달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인바이론 측은 "과거의 모든 자료를 평가했지만, 벤젠은 탐지되지 않았다"며, "공정에서 사용되지도 않았고,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없다"고 확언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은 "서울대 산학협력단 보고서에서 PA에 벤젠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벤젠은 사업장에서 쓸 수 없는 화학물질이며, 자체 분석은 물론 국내외 연구기관에도 분석을 의뢰했지만 절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벤젠이 검출되는지 여부는 증명되지 않았다.
다른 분석기관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서울대 산업협력단 보고서 내용은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과, 직접 용역을 의뢰해 놓고 좋은 결과만 수용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만 맴돌 뿐.
이날의 메인 테마였던 인바이론(Environ)의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는 삼성의 승리였다. 하지만 논란의 종지부를 찍지는 못했다. '왜 삼성의 승리인지'를 증명할 근거를 상세히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서울대 산업협력단과 인바이론 각각의 조사 결과 세부 내용 공개를 수락하지 않는 한 누가 잘못된 조사방법을 사용했는지, 누가 옳은 결론을 내린 건지 판단할 길도 없다.
메모리시장 세계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계속해서 '벤젠'과 '백혈병'이라는 언짢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게 싫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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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박영국 기자 (24py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