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격 매수 자제 vs. 저가 매수 기회
[뉴스핌=노희준 기자] 코스피시장이 9월 첫날 오전 2%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증시에 대한 신중론의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초 패닉 장세를 거치는 과정에서 낙관론이 힘을 잃고 상대적으로 신중론이 부각되면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중론은 9월 증시가 추세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할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대세 상승 기조가 수정돼 약세장(베어마켓)으로 진입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중기 투자의견을 조정한 경우도 있다.
'잔인한 8월'을 야기한 미국 경기 둔화와 유로존 재정위기가 여전하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미국 경기 부양과 유로존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현실화되거나 그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지고 있다.
다만, 투자전략과 관련해서는 다소 다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추격 매수에 대한 자제 주문이 있는가 하면, 변동성을 역이용해 저가매수할 기회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에 지수가 500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은 경기가 나빠진 데 따라 증시가 맞춰간 것"이라며 "최근의 반등은 단기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9월 전반은 최근의 랠리가 이어져 1900선을 조금 넘는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만, 하반이 되면 시장이 정체상태에 빠지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경기 둔화 상황을 증시의 핵심 사안으로 파악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미국 경기가 향후 오른쪽이 높은 W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블딥도 소프트패치도 모두 아니지만, 일종의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달러 유동성 위축과 함께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로 중기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201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3월 3% 초반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1%대까지 둔화돼 하향조정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9월에 많아 변동성이 여전히 클 수 있다"며 "지수는 1800선을 기준으로 시소게임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4분기 미니 랠리는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 팀장은 "초저금리 지속 및 약달러 지속 등으로 국내외 기업 이익이 주가 폭락을 야기할 만큼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10월 이후에는 주요 선진국의 월별 국채 만기가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증시 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의 정책 기대감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설사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효과 자체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오 팀장은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3.4%대 진입하는 등 높아진 인플레 압력이 3차양적완화정책(QE3) 등 경기부양책 실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최근 QE3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현실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QE3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우 센터장 역시 "지난 2년반 동안 5조원 가량의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3차 양적완화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달았다. 미 정부의 양적완화정책이 성공적이었다면 그 효과가 앞서 가시화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유로존의 정부 정책과 관련, 선거 등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경제 위기를 둘러싼 미국과 유로존의 정치권 논란이 선거를 앞두고 거세지면서 정책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속화되는 미국의 정쟁(政爭)은 경기를 부양해왔던 재정의 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증세가 실현 가능한 정책 중 하나로 미국 정치권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정치인들의 공조가 필요한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원활한 공조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핀란드(2012년 1월)처럼 내년 유럽에서는 스페인·프랑스(2012년 4월), 아일랜드(2012년 5월)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어 재정 건전화를 위한 긴축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9월 장세의 주도주로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오재열 팀장은 "(최근은) 동반 하락세이기 때문에 순환상승이 일어날 것"이라며 "10월의 어닝시즌을 앞두고 실적대비 과매도 구간에 있는 차화정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우 센터장은 "9월 전반에서는 많이 떨어진 차화정이, 후반에는 뚜렷한 업종보다는 개별업종의 장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학균 팀장은 "9월에는 실제로 나빠질 경제지표와 정책 기대감에 대한 불확실성 사이에서 엉거주춤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등 시에는 단기낙폭 과대주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전략으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이종우 센터장은 "1900선을 조금 넘으며 시장이 부담을 느끼면서 결코 주가가 싸지 않다고 여길 것"이라며 "너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아 기다리면서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오 팀장은 "시장에서는 4분기 베어마켓 하의 미니 랠리를 기대하면서 미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을 역이용해 저가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1800선 아래에서는 매수 관점을, 1800-1900은 바이앤드 홀드를, 1900이상에서는 이성적인 비중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학균 팀장은 현재 중기 추세가 순환적 약세장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지만, 과거평균치보다 훨씬 가벼운 약세장이 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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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