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카드수수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카드수수료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기본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이 카드사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수수료는 남의 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던 지난 3월.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청와대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주유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통한 유류가격 인하 방안을 건의했다.
주유소에 대한 카드사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1.5%)을 인하하거나, 석유제품 가격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세에 대해서만이라도 수수료를 면제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는 건의였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지식경제부 등에 유류세 인하를건의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수수료 문제는 우리 일이 아니니, 여신협회에 알아보라는 말만 담당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올 초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구성한 ‘석유가격 TF’에서도 카드수수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나서 정유사를 압박한 끝에 리터당 100원 할인이라는 반시장적 조치를 이끌어 냈을 뿐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카드사들이 앉아서 막대한 카드수수료 수익을 거둬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며 “정유사를 압박할 때와는 판이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모피아가 수수료 인하 막는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모피아를 거론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다수 포진한 모피아들이 카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서 정부의 눈과 귀를 막고, 수수료 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모피아는 과거 옛 재무부의 영문 머리글자(MOFㆍ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를 결합한 말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카드업계에는 실제, 이 같은 모피아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두형 한국여신협회 회장(59)은 옛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증권금융(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여신협회장을 맡고 있다.
여신협회는 비씨카드, KB카드, 신한카드, 하나SK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를 회원사를 둔 사단법인으로, 카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 외 금융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덕 상무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관료 출신이다.
카드사들도 감사와 사외이사 등에 재무부와 금융감독원, 감사원, 한국은행 등 관료 출신을 영입해대정부 로비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시각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카드업계 고위임원 중에는 옛 재무부 출신의 고위관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이들이 정부가 수수료 인하를 못하도록 로비를 하다 보니 카드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정부로부터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회원사와 정부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20조원 유류세를 지켜라
정부가 지난해 유류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약 20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대한 세수원인 유류세에 대해 손을 대고 싶지 않은 것이 정부이다 보니, 유류세에 붙는 카드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이 유류세인데, 마땅한 대체 세수원이 없는 정부는 이를 건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 문제를 손댈 경우 유류세 자체에 대한 논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00원이라고 가정할 때 리터당 30원 수준인 카드수수료를 낮춘다고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며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수료율 인하가 아닌 유류세 인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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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