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채애리 기자] “북클로징 시즌임에도 아직 거래를 많이 해야 합니다”
최근 시중은행 딜러들은 각박해진 딜링룸의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로 은행권의 높아진 리스크 관리와 줄어든 수익률에 딜링룸이 '미운오리새끼'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유럽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딜링룸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민은행 딜링룸이 오는 1월 정기인사 전까지 내부 인력 재배치가 있을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딜링룸 상황도 여의치 않음이 방증되고 있다.
◆ 딜러 “높은 리스크 관리..진퇴양난”
딜러들은 최근 은행 임원들의 시선이 까다로워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먼사태 이후 임원진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다, 올해는 특히 과거만큼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은행권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고 정부의 은행권 규제가 높아지면서 임원진들이 리스크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리먼사태 이후 작년까지는 환율과 채권이 일관된 방향성을 띄고 있어 시중은행들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유로존 위기가 지속적으로 변동성을 높이면서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라며 “올해 수익을 내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2년 간은 어느 은행이든 수익을 많이 냈겠지만, 올해는 수익을 낸 은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과감한 포지션 거래 만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임원진들의 리스크 관리에 딜러들은 이런 과감한 포지션 플레이도 할 수 없었다.
◆ 은행 임원 마인드의 '한계'.. 증권사와는 대조적
은행권 최고경영자와 고위 임원들의 성과주의 경영방침과 딜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부족도 딜링룸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2년 간 실적이 좋을 때는 딜링룸의 실력이나 노력의 성과라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좋아서 당연한 결과라고 폄하하더니 최근에는 손실에 따른 문책을 곧바로 단행하고 있단 지적이다.
특히 은행권의 성과급 또한 증권사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경영진들이 딜러들의 성과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임을 보여준다.
때문에 은행권 딜링룸이 정체 혹은 축소되는 분위기인 것과는 달리, 증권사 딜링룸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리먼사태 이후 은행권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심한 편”이라며 “특히 은행들은 대출이나 예대 마진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은 딜링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증권사는 증권업 자체가 변동성이 높은 데다 거래에 따른 수익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은 딜링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증권사는 적극적 자세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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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채애리 기자 (chaer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