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용카드부터 오토론까지 미국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해 주목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2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양적완화(QE)에도 좀처럼 걷히지 않았던 실물 경기의 유동성 경색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낙관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지속성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데다 '기저 효과(base effect)'에 따라 지표 상승 폭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미 연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가계 대출이 9.3% 증가했다. 11월 9.9% 늘어난 데 이어 2001년 말 이후 최대폭의 2개월 상승률이다.
12월 대출 증가는 모기지 이외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학자금 대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지표가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이용 역시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채 축소와 저축에 집중했던 미국 가계가 부채 부담을 줄인 데 따라 재무건전성이 향상됐고, 이에 따라 신용 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장기 제로금리 정책 역시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표는 고용지표 개선과 함께 소비 심리 회복 및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오토론이 늘어나면서 이미 자동차 판매 증가가 수치로 드러난 데 이어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클레이스는 민간 소비는 실물경기 회복의 핵심적인 열쇠라는 점에서 저성장 탈피를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성 여부를 아직 장담하기 이른 데다 본격적인 소비 증가의 전제 조건인 고용 및 소득 증가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또 가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만큼 가파른 신용 증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전미소비자파산변호사협회에서는 최근 1조 달러에 육박, 15년 동안 무려 14배나 증가하며 8000억 달러 수준인 신용카드 대출잔액한 학자금대출이 모기지 위기에 이어 또다른 폭탄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가계는 5840억 달러의 부채를 축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2540억 달러의 모기지 대출이 압류 위기 상태다. 맥킨지는 2013년 중반까지 미국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