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고비 넘었더니...업계간 악순환 반복
[뉴스핌=송협 기자] "한창 공정률 올려야 할 시기에 레미콘이 멈춰 서 있으니까 정상적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예전처럼 자재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사중단 현상이 재현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10일 오전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등 국내 최대 규모 시멘트 공급 업체들의 고의적인 가격 인상에 정면으로 맞선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의 구매 중단 선언을 접한 중견건설사 현장소장의 말이다.
지난해 9월 철근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에 나선 철강업계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가 이번에는 시멘트 업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건자회는 이날 오전 국내 시멘트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동양시멘트와 쌍용양회가 주도적으로 시멘트 공급단가를 올렸으며 가격인상에 따라 레미콘 업계의 조업중단으로 건설현장의 공정률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이들 업체 물량 구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건자회 관계자는 "국내 최대 시멘트 공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형 시멘트 업계 두곳의 주도적인 가격인상으로 레미콘업체들의 조업중단 사태가 빚어졌다"면서"이들 업체들에 대해 우선 불매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에앞서 지난해 12월 쌍용양회를 주축으로 한 시멘트 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에 따른 조치로 시멘트 가격을 종전 1톤당 6만 7500원에서 7만 7500원으로 인상했으며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레미콘 연합)는 가격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관철되지 않을 경우 조업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 진흙탕 싸움...우려가 현실로...
시멘트 값 인상안을 놓고 한국 레미콘 연합회를 비롯한 건설업계는 일찌감치 우려섞인 목소리를 높였고 여기에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역풍을 피하기 위해 다각도로 협의체를 구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홍역을 치뤘던 중소 레미콘 업계는 12월 시멘트 업계의 추가 인상 방침에 수차례에 걸쳐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간 줄다리기 협의를 통해 인상안 철회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자 오는 22일부터 전면 파업을 선언 또 다시 레미콘 사태가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협의체인 '한국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파업 끝에 3%대 인상안이 합의된 만큼 불과 몇개월 만에 추가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자신들이 힘들다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동반성장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 연합회는 지난해 12월 말 연합회 창설 이후 최대 규모인 600여명의 레미콘 업체 대표자들과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시멘트 가격 인상과 관련 조업 중단 찬반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조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지방의 한 레미콘 업체 대표는 "레미콘 연합회 결성 이후 전국 단위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며"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소 레미콘 업계 현실에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조업 중단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양시멘트를 비롯한 쌍용양회 등 시멘트 업계가 국제 원자재값 인상과 부채난을 호소하며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과 관련 레미콘 업계는 물론 건설업계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레미콘 업계가 12%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하면서 당장 공사를 진행해야 할 건설현장들은 콘크리트 타설을 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역풍에 시달렸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신도시 내 대단지 아파트를 공급중인 A건설사 현장 관계자는"레미콘 업계가 오는 22일부터 조업 중단에 나선다는 방침에 따라 공사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체할 레미콘 업체들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만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과거 공사대란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 잇단 철근·시멘트·레미콘 사태...정부는 미온적 대처
철근과 시멘트, 여기에 레미콘은 건설현장에서 공사진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급대상이다. 하지만 이 중 한가지로 정상적으로 수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경우 공사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9월 건설업계는 건설수요 부진에 따른 공장 가동률 저하 등을 이유로 철강업계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철근 공급을 중단하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제강사들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건설수요 감소로 철근가격 인상과 더불어 공급을 중단하면서 건설업계로부터 '상호 신뢰를 저버리는 불공정행위'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레미콘 값 정상화를 요구하는 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 30여곳이 '건설사들의 불공정 거래, 일부 레미콘 업체들의 덤핑 경쟁에 따른 레미콘 업계 위기'를 앞세워 파업에 나서면서 지역 건설현장에 공급되는 콘크리트 수급이 지연돼 공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시멘트, 레미콘, 건설업계의 가격 인상을 놓고 매년 감정싸움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업계들의 고질적인 대립과 관련 여전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철근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에 나섰던 제강사와 건설업계간 장고의 갈등 과정에서 중재에 나선 정부는 가격 인상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지만 각사간 입장차를 조율하는데 실패했다.
철근 파동 뿐 아니라 지난 2008년 레미콘 가격 인상안을 놓고 레미콘 업계와 건설업계간 지리한 핑퐁게임 당시 레미콘 파업에 따른 콘크리트 수급 불균형으로 전국 대다수 건설현장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정부의 초기 중재 방안은 레미콘, 건설업체들의 현실적인 대안마련 보다 상호 손해를 감수할 것을 요구하는데 그쳤다.
당시 정부 주제 간담회에 참석했던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간 가격 조율의 사안을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지 않다"면서"당시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중재를 주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양 업계의 엇갈린 목소리를 제어하는데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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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