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소비자가 다시 빚을 내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신용 경색과 가계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등으로 얼어붙었던 가계 신용이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 미국 경제의 70%가 민간 소비라는 점에서 반길 일이라는 의견과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소비자 대출이 지난해 12월 총 2조5000억달러를 기록,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104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노던 트러스트의 폴 카스리엘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은행권 여신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강력한 경제 성장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은행권 여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저축은행과 신용조합 등 다양한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의 소비자 여신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의미를 부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증가 추이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UBS의 토마스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가계 대출 증가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주도한 것이었다”며 “모기지 25%가 이른바 ‘깡통 주택’인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전만큼 강한 신용 증가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보조하는 학자금 대출의 비중이 높은 가운데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이 역시 가계 신용의 지속적인 증가를 장담하기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학자금 대출이 경제적인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 채 가계 대출 규모만 부풀린다는 데 입을 모았다.
메릴랜드 대학의 피터 모리치 이코노미스트는 “고실업이 지속되면서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가계 신용이 늘어난 것은 학자금과 자동차 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최근 경제 지표로 미루어 볼 때 민간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출 증가를 경제 회복 신호로 풀이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