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지속적인 쳄체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업계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과거처럼 업계가 공동보조를 맞춰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를 후방 지원하는 건설유관기관들의 위상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건설유관기관으로는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전문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이 있으며, 이중 대표성을 갖춘 기관은 지난 1947년 설립등기를 마친 건기법에 근거한 법정단체인 대한건설협회다.
또 한국주택협회는 대형 주택사업자 81개사의 모임이며,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중소규모 주택사업자들의 모임이다. 또 전문건설협회는 단종 건설업체들의 모임으로 각각 이익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선 주택사업 약세로 인해 가장 큰 위상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단체는 대형 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다. 지난 1993년 현재의 명칭으로 설립된 주택협회는 주택사업 비중이 낮은 대형건설사들의 모임인 만큼 주택시장 침체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기능이 위축된 상태다.
2007년 3월 취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 부회장 신훈 6대 회장이 이듬해 12월 건설사 대주단 가입과 관련 실적미비로 정부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면서 사임했지만 후임자를 찾기가 어려웠고,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김정중 7대회장과 김중겸 8대회장이 모두 1년 여의 임기밖에 채우지 못했다.
더욱이 김중겸 8대회장의 경우 지난해 5월 현대건설 매각을 앞두고 전격 대표이사직을 사임해 주택협회장직 수행자격에 결격사유가 생겼음에도 후임자를 찾지 못해 결국 올 2월에 들어서야 겨우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9대 회장에 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주택협회는 81개 회원사 중 8곳 가량이 회비 미납 등을 이유로 회원사 자격 박탈을 당할 것으로 알려져 협회로서의 위상은 또 다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소 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 역시 주택사업의 침체와 함께 풍랑을 맞고 있다. 주건협의 경우 회원사가 대부분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인 만큼 협회 존재 필요성에 대한 회원사들의 공감대는 주택협회보다는 크다. 하지만 회비를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협회의 위상도 함께 약화되고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의 대변인 격인 대한건설협회의 위상 추락도 눈에 띤다. 주택협회나 주건협 등이 이익집단 성격이 강한 단체라면 회장이 자연스레 건설단체 총연합회장을 겸임하는 법정단체인 대한건설협회의 위상 약화는 건설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 대한건설협회는 한때 전경련, 상의, 중기중앙회 등 경제 5단체와 함께 경제 6단체 진입을 목표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건설협회 회장은 청와대의 '코드가 맞는 사람'을 선임한다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건설협회는 협회를 주도하는 대형, 중견건설사들의 이익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경우 여전히 높은 협회 가입비와 연회비를 고수하고 있어 중소건설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운데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최저가 낙찰제 확대실시 반대 등 대형건설사의 요구사항 위주의 규제개혁에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전임 권홍사 회장 시절과는 달리 건단련 회장으로서의 역할 수행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이 같은 위상 약화는 대한건설협회 역시 회장 선임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건설협회도 주택협회, 주택건설협회 모두 대표이사 만이 회장에 선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중소건설사와 달리 전문 CEO인 대형건설사 대표이사는 그룹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만큼 회장직에 선뜻 나서려하지 않으며 회장에 선임된다 하더라도 열정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73위의 중소 건설사 이화공영의 대표며, 무엇보다 7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협회장에 취임해야할 정도로 회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건설유관기관의 위상약화 추세는 향후에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2000년대 초중반 까지 탄탄한 사업실적을 보였던 중견건설사들이 최근들어 대거 몰락한 때문이다. 대부분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들 중견건설사 출신 회장은 열정적으로 업무를 추진하지만 그런 인재풀이 없어졌다는 게 건설협회 등 건설유관기관들에 닥친 가장 큰 상황변화인 셈이다.
이 같은 건설 유관기관의 위상 변화에 대해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협회에 대한 불만은 어느 직능단체나 있기 마련이지만 건설업계의 경우 대형 건설사와 중견건설사들의 입장이 차이가 커 불만도 다양하게 나온다"며 "자생력이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 협회를 끌어간다면 협회의 존재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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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