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부채위기가 글로벌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공개(IPO)부터 기업 인수합병(M&A)까지 각종 거래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거래의 조건이 악화되거나 경기 침체에 대비해 기업이 보수적인 행보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최소한 5개 아시아 지역 대기업이 IPO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30억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추진했던 포뮬라원이 IPO 계획을 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의 파장은 지리적으로 한참 떨어진 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팔레트 및 콘테이너 풀링 업체인 호주의 브램블스가 정보 처리 관련 비즈니스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매각 가격이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FR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1분기 2848억달러에서 지난 4월과 5월 1187억달러로 줄어들었다.
기업 실적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경고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시스코와 델, 넷앱 등 유럽 지역의 사업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이 일제히 유럽 지역 매출의 예상밖 부진을 드러냈다.
유로존 위기에도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인 것은 기업 이익 증가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최근 나타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약세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뉴욕의 한 사모펀드 대표는 “최근 몇 주 사이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팽팽하다”며 “유로존 사태가 투자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서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될 것이지 저울질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그레고리 와이틀리 펀드매니저는 “전세계 경제가 급속하게 기울고 있고, 시장은 공포감에 휘둘리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