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0개 금융지주회사중 해외영업 실적이 가장 앞선 곳은 하나금융지주로 우리금융을 추월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덕에 가장 많은 해외점포와 자산,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해외영업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나서 제일 먼저 구조조정한 곳이 미국지역 영업망이었다.
론스타가 미국진출 은행의 대주주적격심사에서 문제가 있어 미국지역의 영업망를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규제 때문이든 아니든 이익극대화를 위한 영업부문(영업포트폴리오) 조정은 그 어떠한 M&A라 할지라도 최우선 목적이 아닐 수 없다.
파는 쪽이야 어떻게든지 떠넘기면 되겠지만, 사는쪽은 가격을 높일 여지가 있어야 덕이되고 그래야 사게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금융지주는 가치극대화를 위한 여지가 많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우리금융의 탄생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탄생한 우리금융...시너지 위한 조정 여지 많아
우리금융지주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탄생한 금융그룹이다.
자발적으로 사업영역이 시너지를 내도록 사업영업을 구성해가는 다른 금융지회사와는 달리 사업영역의 완성도에서 미흡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어떻게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인지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초점(Starategic Focus)가 희미하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탄생한 리소나(Resona)라는 금융지주회사도 영업전략이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다.
이유는 금융지주회사의 탄생이 시너지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의 한 금융전문가는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우리금융과 비슷하게 일본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이 43% 수준인 금융그룹(Resona)이 있는데, 그들의 전략을 보면 사전에 짜여진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지 금융그룹에 맞추어 만들어 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 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지난해 9월 기준의 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금융,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4개 금융지주회사 중에서 우리금융은 은행과 증권부문의 자산비중이 지주사 평균보다 높고 증권사 외 비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우리금융의 은행과 증권부문 자산규모는 국내 최대다. 이익기여도에서 은행부문은 95.4%로 단연 최고수준이다.
반면, 증권부문은 2.0%로 KB금융의 1.1%보다는 높다. 하지만 신한지주 2.7%나 하나금융의 6.4%에 비해서는 낮다.
이는 증권부문과의 시너지효과가 아직은 낮다고 볼 수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금융의 우리투자증권 지분률이37.9%로 50%도 안된다. 다른 지주회사는 증권사를 거의 100% 소유하는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사업다각화수준도 우리금융은 비록 후발주자인 KB금융보다는 앞서지만 신한지주이나 하나금융에 뒤진다. 다각화수준이 높을수록 수익성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분석은 향후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부문중에서도 기여도가 높은 증권이나 카드부문을 확대할 것으로 결론내리고 있다.
시너지를 위한 사업영역 조정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당장 사업영역 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도 외환은행 인수 실패 이후 뒤늦게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후발주자로서 사업영역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욕이 강하다.
금융산업을 전공하는 한 연구위원은 "아직 과학적인 분석을 할 단계는 아니어서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시너지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시너지를 전제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했다면, 어짜피 사업영역의 완성도를 높여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목적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 가치제고(Value Up)의 핵심은...지방은행 매각, 증권부문 지분률 제고 등
인수주체가 누구든지, 과도한 은행부문 비중을 낮추고 증권부문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내부화(Consolidation)해 사업영역의 완성도를 높이려 들 것이다.
특히 KB금융과의 합병의 경우, 은행부문의 비중을 이 더욱 높아져 이에 대한 조정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지점망에서 차별화되지 않는 두개 은행(Two-bank)체제는 과도적일 수 밖에 없다.
'KDB와의 삼각딜'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은행의 소매금융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잘 맞는 궁합의 한 버팀목이다. 해서 우리은행의 소매(개인)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는 것.
또 증권부문이 크게 강화되면서 내부화 필요성은 더 높아지고 우리투자증권의 지분을 시장에서 사들여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얘기지만 우리금융 매각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우리투자증권의 주주일 가능성이 높다.
KB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과 이 과정에서 매수청구권에 응하면서 증권부문에 대한 보유지분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주가는 올라갈 것이 뻔하다.
외국계 IB의 금융관련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의 증권부문에 대한 지분률 제고가 시너지 극대화에 필수요건으로 공적자금운영위원회에서 지목된 적이 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우리금융지주 산하 지방은행을 매각해 그 대금으로 우리투자증권 지분률을 높이면 궁극적으로 우리금융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어 지방은행 분리매각의 타당성의 근거로 채택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금융전문가들은 경남은행, 광주은행등 지주산하 지방은행은 지역밀착형 중소금융이라는 국민경제상 의미를 감안해 지역으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물론 매각가격을 톡톡히 챙겨서 증권부문의 내부화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한 지역금융 전문가는 "미국의 지역재투자법(CRA ,Community Reinvestment Act)과 같은 개념이 일본에서도 받아들여져 지역금융기관이 보호받는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나라도 지방은행은 다시 지역금융권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당면과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우리금융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오는 27일 마감인 우리금융 매각의 예비입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지만 금융그룹의 가치극대화는 이와 무관해 보인다.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금융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렇게 많지 않은 듯하다. 다만, 길을 가게하는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민영화가 아닐까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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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