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 CJ의 한 CEO는 애연가로 유명하다. 기업들의 금연운동이 확산된 이후에도 그는 업무용 책상에 늘 대형 재털이를 놓고 흡연을 했었다. 그랬던 그도, 최근 들어서는 사내금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강력한 사내금연 정책에 백기투항한 셈이다. 하지만 대형 재털이는 여전히 책상에서 치우지 못했다고 한다.
#. 애연가인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요즘, 점심 약속을 부지런히 잡고 있다. 마음놓고 흡연할 수 있는 시간이 점심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룹 콘트롤타워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지성 부회장이 흡연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더 곤혹스럽다. 그는 1시간 가량 이어지는 점심에서 늘 줄담배를 태운다. 강력한 사내금연이 시행된 이후 점심 시간은 흡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 대기업 금연운동 확산의 사실상 시발점인 포스코. 그러나 이 회사의 한 고참 부장은 여전히 금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내금연 정책에 불만이 많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 대대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밀어붙였지만 정작 정 회장이 애연가라는 것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회의감도 강하다. 애연가의 고충을 잘 아는 총수가 금연을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야속하다고 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각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의 사내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의 영향이 크지만 흡연율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통계처럼 사내 애연가들이 금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흡연자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개인과 주변의 건강을 위해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금연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현실"이라면서 "회사에서 실시하는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해봤지만 실패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대기업들의 금연 문화는 수년전까지만 해도 일종의 권고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채용과 승진 등에서 흡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강력한 사내정책이 시행되는 등 기업들의 금연문화 확산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결단 속에는 총수와 CEO들의 강력한 의지가 녹아 있다.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들의 건강증진과 생산성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얼마전 사옥 1km 이내 흡연 금지를 선언한 CJ의 경우는 단적인 사례다. 이재현 회장 역시 과거에는 흡연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흡연이 주는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금연에 성공한 총수로서 결단은 단호하게 이루어졌다.
이 회장은 직원들의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 구내식당에서 금연 식단을 제공하고 금연 상담과 금연 보조제 지원, 금연 침 시술 등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삼성 역시 이미 강력한 금연정책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자율적으로 사내 금연캠페인을 벌여왔고, 수원과 탕정 등 주요 사업장에서도 금연서약서를 받는 등 금연사업장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최근에는 금연을 하지 않을 경우 임원승진이나 해외 주재원 선발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는 이건희 회장의 직원 복지 측면과 삼성의 2인자 자리에 오른 최지성 부회장의 강력한 금연의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최지성 부회장은 흡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직원들을 탐탁지 않아 하는 등 자기관리 측면에서라도 금연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도 전 직원을 상대로 소변검사를 실시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금연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 "흡연자들은 함께 가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사내금연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금연껌과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금연학교를 통해 금연교육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다만 금연을 너무 강제한다면 흡연자인 직원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최근에는 다소 수위조절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총수나 CEO가 흡연자인 경우 등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금연정책이 사실상 정부의 방침 정도만 따라가는 수준의 대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현대차는 최근 양재동 본사의 정부 정책에 따라 화장실에 흡연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금연문화 확산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흡연자인 직원들을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 등 범현대가의 총수들은 대부분은 애연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중공업체들도 형식적으로는 금연정책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사옥 일부에서는 여전히 흡연을 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실상 금연문화와 관련된 캠페인 자체가 유야무야된 상태다.
한 중견기업은 지난해 초 개최했던 금연캠페인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당시 금연선포식을 통해 성공자에게 격려금 3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통큰 포상까지 준비했지만 장기적으로 조직문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사측은 "임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사기 진작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 경영진이 올해는 금연캠페인을 추진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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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