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車회사는 ‘알러지’ 반응…급발진 논란 ‘해결사’ 전망
[뉴스핌=김기락 기자] “블랙박스부터 봅시다” 지난주 퇴근길. 한 택시기사가 겪은 황당한 일에 대해 듣게 됐다. 뒤에서 택시를 들이받은 운전자가 처음에는 과실을 인정했지만 경찰이 온 후 자기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것. 이에 택시기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제공하면서 누명을 간단하게 벗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제 3의 눈’으로 불리는 블랙박스가 국내 완성차 업체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수입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무엇일까?
블랙박스는 목격자가 없는 교통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등의 목적으로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제조 시 순정품으로 장착하는 자동차 회사는 없는 실정이다. 일본차 스바루 및 쌍용차는 차량 제조 후 장착하는 ‘용품’ 형식으로 블랙박스를 제공 중이다.
블랙박스는 특히 급발진 추정 사고를 비롯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방 등 진위여부를 가늠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점에서 필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가 블랙박스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 문제에 차값 상승, 사생활 보호 논란 등이 골자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블랙박스를 장착할 경우 급발진 추정 사고 발생 시 제조사가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 기술 문제와 차값 상승 등으로 인해 블랙박스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모 자동차 동호회 한 회원은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등 편의사양은 빠르게 도입하면서 블랙박스와 같은 안전장치는 왜 적용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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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앞유리 상단의 블랙박스를 바라보고 있다.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등 증거 확보를 위해 나왔지만 최근 급발진 논란 진위여부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현대모비스와 팅크웨어, 파인디지털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중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블랙박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으로 유명한 팅크웨어도 블랙박스에 손을 뻗었다.
이에 따라 자체 개발이든, 외부 구매든 완성차 업체가 블랙박스를 도입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현대모비스의 경우 내비게이션을 순정품과 시중품으로 구분해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외부 업체의 것을 구매 혹은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은 르노삼성차가 SM3 등 전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 보다 외부 구매를 통한 사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블랙박스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알러지와 같은 존재”라며 “그러나 운전자의 발까지 촬영하는 블랙박스가 개발되는 등 급발진 논란은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블랙박스를 적용하지 않는 속내는 소비자의 안전 보다 급발진 추정 사고 등으로부터 야기되는 제조사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는 공통된 지적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블랙박스는 자동차 안전성을 높이는 특정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블랙박스 적용에 대한 결정권을 제조사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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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